유럽풍 마을에 미국식 야외정원까지…북한, 외형만큼은 서구모방

정래원 / 2021-09-22 07: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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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조선' 9월호, 삼지연시 전경 공개…민트색·핑크색 지붕에 공원엔 파라솔
▲ 노을지는 북한 삼지연시 풍경 [북한 대외용 화보 '조선' 9월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침엽수와 저층의 삼각 지붕 주택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지붕은 주황빛이 도는 분홍색 아니면 민트색이고, 벽면은 하얀빛이다.

어스름이 깔리는 유럽 시골 마을의 풍경 같은 느낌의 이 사진의 장소는 스위스나 체코가 아니라 백두산이 가까운 북한 삼지연시다.

22일 조선화보사의 대외선전용 월간 화보집 '조선' 9월호에는 삼지연시 구석구석의 풍경이 담겼다.

외벽이 벽돌과 타일로 장식된 주택들, 실내 체육시설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주택들 사이로 균형을 이루며 조성된 야외 정원과 파라솔은 이른바 '서구풍'을 띠고 있다.

가로등과 주택이 늘어선 사이로 쭉 뻗어 있는 한가한 차로를 보면 미국의 어느 지방 도시 같기도 하지만, 인도 쪽을 살펴보면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이 보여 이곳이 북한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사회주의 생활양식과 도덕관'을 연일 강조하며 외부문화 침투에 경계심을 한껏 올리는 가운데서도 외형적으로는 일부 서구식 선진국의 모습을 따르는 모양새다.

▲ 건물들 주위로 야외정원이 꾸며진 북한 삼지연시 풍경 [북한 대외용 화보 '조선' 9월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모습은 북한이 지난 9일 정권수립 73주년 기념일을 맞아 각 분야의 노력혁신자·공로자들을 초청해 열었던 연회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무실인 노동당 본부청사의 정원 잔디 위에 꽃과 샴페인잔, 빵 등이 놓인 테이블을 놓고 경축 연회를 열었다.

흰색 재킷과 검은색 나비넥타이를 맨 '웨이터'들은 테이블 사이를 분주히 다니며 빈 잔을 체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본부청사의 흰 벽과 둥근 기둥을 비추는 조명, 잔디밭 위에 놓인 둥근 테이블 등은 미국 백악관의 로즈가든 연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 주택 사이로 쭉 뻗은 도로가 보이는 북한 삼지연시 [북한 대외용 화보 '조선' 9월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유럽풍' 취향이 생겼고, 이것이 연회나 도시 계획 등 북한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지난해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를 언급하며 특별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7월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밝힌 담화 끝자락에 "며칠 전 TV 보도를 통해 본 미국독립절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면서 화제를 전환했다.

이어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해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전반적 담화 내용과 다소 이질적인 발언을 덧붙였다.

현재 대남 및 대미 메시지를 주로 발신하면서 대외정책에 관여하는 김 부부장이 그동안 주요 행사나 의전 역시 주도적으로 챙겨 왔다는 점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를 국정 운영에 참고하려는 의도도 읽히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티셔츠나 모자 등 국기를 새겨 넣어 애국심을 하나의 '패션'처럼 활용하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인공기 셔츠'가 등장하고, 각종 행사에서 인공기를 변주해 애국심을 고취하기도 한다.

지난 9일 자정 정권수립일 73주년 열병식에서 북한은 인공기를 낙하산 부대가 하늘에서부터 휘날리며 내려오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색색의 천으로 대형 인공기 모습을 표현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LED를 단 드론들이 화려한 조명 쇼를 펼치는 모습 등을 보면 '북한의 풍경' 하면 떠오르던 목가적 분위기와는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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