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훔볼트포럼 한국관 개관…중국·일본관의 10분의 1 규모

이율 / 2021-09-21 06: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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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있는 유의미한 유물 14점 불과…"보유한 한국 유물 적어"
아시아박물관장 "장기대여 등으로 한국 전시품목·공간 확충 추진"
▲ 독일 훔볼트포럼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 옛 프로이센왕궁터에 재건된 훔볼트포럼. 2021.9.20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식민주의 역사 반성'을 기치로 내건 독일 훔볼트 포럼 아시아예술박물관 내 한국전시관이 문을 연다.

보유유물이 적다는 이유로 일본전시관이나 중국전시관 대비 10분의 1 크기로 조성된 한국관은 설명과 함께 전시된 의미 있는 유물이 14점에 불과할 정도로 빈약한 수준이다.

더구나 설명에서 한국을 도자기 공예의 나라로 지칭하면서 일본의 평가에 과도하게 의존해 오히려 식민주의를 재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 독일 훔볼트포럼 아시아박물관내 한국관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 훔볼트포럼 아시아박물관내 한국관. 2021.9.20

독일 훔볼트 포럼은 오는 23일부터 아프리카, 아시아, 미주, 오세아니아 박물관과 민속 박물관의 서쪽 부분 8천500㎡에 전시품 1만여점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하르트무트 도걸로 훔볼트포럼 재단 이사장은 "새로 박물관 문을 열면서 (식민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비판적으로 성찰해 현재와 동기화시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면서 "그래야 국제적 토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전시공간 중에는 아시아 박물관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시공간이 포함됐다. 아시아 박물관내 한국 전시관의 규모는 60㎡으로, 일본관이나 중국관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실제로 벽면이나 기둥 등을 제외했을 때 한국관의 크기는 열걸음 만에 관람이 가능할 정도로 협소했다.

훔볼트 포럼이 보유했다고 밝힌 한국 유물 180점 중 설명과 함께 전시된 의미 있는 전시품은 14점에 불과했다.

고려 시대 청자 주전자 1점과 사발과 그릇 6점, 재독 도예가 이영재 작가의 도자기 3점, 청자를 찍은 이재용 사진작가의 작품 '응시의 기억' 2점, 조선시대 동자승 석상 한 쌍 등이다.

나머지 유물은 '연구소장품'이라는 명목으로 유리 벽장에 설명 없이 전시됐다.

▲ 독일 훔볼트포럼 아시아박물관내 한국관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 훔볼트포럼 아시아박물관내 한국관. 2021.9.20

훔볼트 포럼 측은 한국관을 소개하면서 한국을 중국과 일본 사이 영감을 준 나라로 부각했지만, 역사적으로 한국 유물을 모은 이들은 아주 드물어 소장품 규모가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또 도자기 공예의 나라인 한국 전시관의 전시품은 도자기가 대부분이라며 한국의 도자기는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다도가들이 특히 높이 평가했다며, 임진왜란 때는 한국의 도공들를 일본으로 끌고 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에서 경탄했기 때문에 한국 도자기가 박물관에 많이 유입됐다고 덧붙였다.

이진 독일 정치+문화연구소장은 "전시품과 수집 경로에 대한 설명에서 한국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을 계속 언급해 식민주의적 시선과 관행이 재현되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10배 이상 넓은 공간의 일본관이나 중국관에는 1만3천점이 넘는 훔볼트포럼 보유 유물 중 엄선된 전시품이나 장기대여 전시품, 공모를 통한 전시품이 휘황찬란하게 전시됐다.

인류와 환경에 공헌한 건축가에게 수여되는 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중국 건축가 왕슈가 설계한 중국관에서는 청왕조의 왕좌와 중국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의 차로 만든 찻집, 58㎡ 규모로 부처의 설법을 그린 18세기 대형 그림 등이 선보였다. 중국관에 전시된 대형 그림의 크기는 한국관 규모에 육박했다.

일본관에서는 일독 친선 160주년을 기념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건축사무소 우라가 설계한 찻집 등이 선보였다.

한중일 전시관 앞 특별전시공간에는 한중일 서예전도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대여한 김충현의 월인천강지곡, 조선시대 정학교의 두편의시, 한국현대미술관이 대여한 서희환의 높이올라멀리보라 등 3점이 전시됐다. 훔볼트포럼이 구입한 설치미술가 최정화 작가의 땀마음빵도 함께 소개됐다.

라스 크리스티안 코흐 훔볼트포럼내 국립 아시아·민속학 박물관장은 "앞으로 한국측과 협의를 통해 장기대여 등의 방식으로 한국관련 전시품을 늘리고, 전시공간도 확장할 계획"이라며 "한국관 전시를 담당할 큐레이터 채용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21세기 최대 문화프로젝트로 꼽히는 훔볼트 포럼은 과거 제국주의를 상징하던 프로이센 왕궁을 재건한 건물에 들어선 복합공간으로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담아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 문화·예술을 전시하고 역사와 과학, 사회에 대한 토론장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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