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원주민의 삶은 그래도 계속된다…소설 '데어 데어'

이승우 / 2021-09-14 0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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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원주민의 삶은 그래도 계속된다…소설 '데어 데어'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지난 2018년 미국 문단에는 원주민의 피가 섞인 신인 작가 한 명의 장편소설이 작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신예 토미 오렌지의 데뷔작 '데어 데어'(There There). 첫 소설인데도 독자와 평단의 격찬 속에 펜/헤밍웨이상, 미국도서상,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 존 레너드 상 등을 받았고, 퓰리처상과 앤드루 카네기 메달 최종 후보에도 오른 화제작이다.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큼 미국 민주당 계열 메이저 언론들에서 앞다퉈 올해의 책으로 꼽기도 했다.

소설은 출간 당시 현대 아메리칸 원주민의 삶과 고뇌를 힘 있고 정교한 서사로 구축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 소설에 대해 "경이로운 데뷔작"이라고 했다. 문학동네에서 전문 번역가 민승남의 번역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작가 오렌지 자신이 원주민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만큼 원주민의 정체성을 평생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자전적 고민이 소설 속에서 묻어난다.

제목은 작품 속에서도 언급하지만, 시인이자 소설가인 거트루드 스타인이 '모두의 자서전(Everybody's Autobiography)'이란 작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오클랜드에 옛 모습이 사라졌다는 의미로 "그곳엔 그곳이 없다"고 한 문장에서 따온 것이다.

작가는 이 말이 아메리카 원주민이 처한 현실에 꼭 들어맞는다고 여겼다. 외지인의 침략과 수탈로 삶의 터전과 방식은 물론 목숨까지도 내어줘야 했던 원주민들 입장에서 미국은 지리적으로만 존재할 뿐 더는 존재하는 땅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소설은 아메리칸 원주민 보호구역에 갇힌 듯 머무는 원주민이 아니라 도시에서 다른 인종과 섞여 일상을 살아가는 원주민 열두 명의 모습을 그린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를 배경으로 소년들부터 청년과 장노년 원주민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통해 원주민의 상처와 혼란스러운 자아, 갈등과 절망을 보여준다.

이들 인물은 '파우와우'라는 원주민 전통 축제에 참석하거나 운영자로 일한다. 원주민 문화 기념 보전과 계승을 위해 열리는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은 전통춤 경연이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이 경연에 참여해 춤을 보여주러 온 사람, 북을 치는 고수, 행사 기획자, 그리고 상금을 훔치러 온 청년들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욕망이 엇갈린다. 그리고 이야기는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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