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가을 백두대간수목원에 '범 내려온다'

성연재 / 2021-10-13 07: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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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면서 가을 정취 만끽, 주변 볼거리도 풍성
▲ 가을이 어울리는 제이드 해바라기 [사진/성연재 기자]

▲ 수목원 길가에 촛불 맨드라미(왼쪽)와 과꽃(오른쪽) 등이 활짝 피어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 낮잠을 자다 일어나 어슬렁거리고 있는 호랑이 [사진/성연재 기자]

▲ 위에서 내려다본 만산고택 [사진/성연재 기자]

▲ 손님들이 머무르는 서실 [사진/성연재 기자]

▲ 카페 여름지기 테라스에 인근 주민들이 앉아 대화하고 있다. [사진/성연재 기자]

▲ 카페 한쪽에서는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도자기 등이 판매된다. [사진/성연재 기자]

[여기 어때] 가을 백두대간수목원에 '범 내려온다'

거리 두면서 가을 정취 만끽, 주변 볼거리도 풍성

(봉화=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인적 드문 오지 경북 봉화군에 들어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1천500만 평 규모에 야생 동식물이 가득한 수목원에서는 거리두기 걱정이 필요 없다. 언제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가을을 맞아 수목원 주변에도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 가을 맞은 백두대간수목원 '봉자 페스티벌' 한창

팬데믹 이후 인적 드문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경상도의 BYC(봉화 영양 청송), 전라도의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은 오지로 유명하다.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들어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가을을 맞았다.

백두대간수목원은 문수산 등 해발 1천m가 넘는 고산과 연결된 산림 보존지구, 37개 전시원을 포함해 전체면적이 5천179㏊(1천500만여평)로 동양 최대 규모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 부딪힐 일이 많지 않다.

백두대간수목원은 마침 가을꽃을 즐길 수 있는 '2021가을 봉자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봉자는 '봉화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라는 뜻으로, 수목원은 봉자 페스티벌을 매년 여름과 가을 열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오지의 마법사'라는 주제로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봉화가 오지에 있는 곳이라는 데 착안해 '오즈의 마법사'를 패러디했다.

◇ 청량한 공기와 만개한 가을꽃

수목원에 도착하면 먼저 청량한 공기에 놀란다. 도시의 탁한 공기와는 확실히 다른 맑은 공기다.

게다가 여름철 습기가 사라진, 살짝 건조한 공기라 더 상쾌하다.

매표소를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마치 동화 속 오즈로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방문객들을 처음 맞이하는 꽃들은 가을을 맞아 활짝 핀 키 작은 옅은 옥색의 코스모스다. 그래서 이름도 제이드 해바라기다. 일반적인 해바라기만큼 크지 않고 앙증맞다.

그 아래쪽에는 마치 촛불이 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촛불 맨드라미가 활짝 폈다. 우리나라 대표 가을꽃인 구절초, 쑥부쟁이, 좀개미취 등도 만개한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좌우로 늘어선 각종 꽃의 향연에 눈길 주기 바쁘다.

조금 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비비추가 심어진 작은 오솔길이 나온다. 짙은 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연두색 비비추들은 싱싱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비비추 행렬이 끝나는 곳에 '거울 연못'이 있고, 이곳엔 늦게 핀 수련이 한창이다.

수련 뒤로 1천m가 넘는 시루봉이 보인다. 구름이 산봉우리를 둘러친 모습이 마냥 신비롭게 느껴졌다.

길 양옆으로는 초지원과 사계원, 관상침엽수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음 잡고 보려면 하루도 모자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다.

◇ 오전 10시 '범 내려온다'

수목원의 마지막 목적지는 방사된 호랑이들을 볼 수 있는 '호랑이 숲'이다.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넓은 3.8ha의 면적에 백두산 호랑이를 방사해 놓았다. 이곳에 정착한 호랑이는 모두 4마리다. 호랑이 숲은 수목원 가장 끝 쪽에 있다.

호랑이들은 오전 10시에 문을 열면 방사장으로 나와 오후 5시에 우리 속으로 들어간다. 식사는 하루에 한 번 쇠고기나 닭고기 4∼5㎏을 준다.

때마침 해설하러 온 류우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호랑이를 관찰했다.

바로 앞으로 호랑이가 어슬렁거리며 지나갔다. 류 해설사에 따르면 이렇게 가까이에서 호랑이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행운이라고 한다.

호랑이 숲을 뒤로 하고 걸어 내려오다가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 이런 숲속에 카페라니… 궁금해서 가봤지만, 아쉽게도 닫혀 있다.

하지만 고원에 형성된 습지인 고산 습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 야외 테라스 전경은 훌륭했다. 아무도 없는 야외 카페 테라스에 한참을 앉아 나만의 평화를 즐겼다.

◇ 만산고택

백두대간수목원을 찾은 사람들이 방문해보면 좋은 고택이 한 곳 있다. 춘양면의 만산(晩山)고택이다.

조선 말기 문인 강용(1846∼1934)이 1878년 지은 집으로 5대째 후손들이 살고 있다.

다섯 동의 건물로 된 만산고택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별채인 칠류헌(七柳軒)이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 지붕 아래 달린 '만산'(晩山)이라는 현판은 흥선대원군이 친필로 하사한 것이다.

칠류헌은 조선 말기 전국 각지의 문인들이 찾아와 학문을 교류하던 곳이다. 봉화의 작은 고택이지만, 수많은 문필가가 드나들었던 곳이다.

'ㅁ'자형의 본채와 왼쪽에 서실(書室), 오른쪽에 별도의 담장을 두르고 별채를 배치한 전형적인 사대부 집의 모습이다.

서실 처마 밑으로 '한묵청연'(翰墨淸緣)이라는 편액(액자)이 눈에 들어온다. 글을 통한 좋은 인연이라는 뜻으로, 영친왕이 8세 때 썼다고 한다.

문화재청은 2013년 그 가치를 인정해 만산고택을 중요민속문화재 제279호로 지정했다.

5대 며느리 류옥영 씨가 직접 빚은 질그릇들도 집안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봉화를 찾은 사람들은 예약을 통해 유서 깊은 이 고택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 다만 화장실이 바깥에 있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류씨는 "문화재다 보니 증·개축이 어려워 화장실 사용에 불편함이 있다"면서 "팬데믹 시대라 여러 가족을 받지 않으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 농부가 운영하는 카페

수목원 가기 전 춘양면 석현리에는 지역 농부들이 운영하는 카페 '여름지기'가 있다. 봉화군의 지원으로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컨테이너 2개를 붙여 한쪽은 카페로 쓰고, 다른 한쪽은 농산물을 판매한다.

지역 농산물이 판매되다 보니 주민들이 농산물을 납품하러 왔다가 쉬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들르기도 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귀농 12년차 정창용 씨는 지원받은 컨테이너 건물에 약간의 사비와 노동력을 들여 외관을 깔끔하게 꾸몄다.

건물 앞쪽에 테라스를 만들고 야외 테이블을 세 개 뒀다.

메뉴에는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블루베리, 사과, 딸기 등으로 만든 요구르트도 있다.

테라스 앞쪽에는 정씨가 재배한 꽃 화분들이 있고, 오른쪽 농부매장에는 갓 생산된 사과와 호박, 농부들이 제작한 도자기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차 한 잔을 시켰더니 음료수 한 잔을 더 내주신다. 마을 사람들의 후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카페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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