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약속한 땅' 이스라엘 건국신화는 어떻게 창조됐나

김계연 / 2022-01-13 08:00:03
  • facebookfacebook
  • twittertwitter
  • kakaokakao
  • pinterestpinterest
  • navernaver
  • bandband
  • -
  • +
  • print
신간 '만들어진 유대인'
▲ 이스라엘 국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작 김민준]

▲ 이스라엘 우익단체의 '깃발 행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월의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이 약속한 땅' 이스라엘 건국신화는 어떻게 창조됐나

신간 '만들어진 유대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유목민족이 이집트에서 탈출해 신이 약속한 땅에 유다 왕국과 이스라엘 왕국을 건설한다. 이들은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 제국의 침공으로 포로가 됐다가 풀려난다. 이후 로마인들에게 고향 땅을 빼앗기고 추방된 유대 민족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산다. 이들은 마침내 신이 약속한 땅에 다시 모여 '유대인의 나라'를 건설한다.

이러한 이스라엘 건국서사에 따르자면 유대인은 혈연으로 맺어진 '가장 오래된 민족'이다. 고된 방랑 속에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꿋꿋이 유지하며 살다가 2천 년이 지나 고대의 고향 땅으로 귀환했다. 이 장엄한 역사는 자신들의 고향에 이미 정착해 살던 이들을 상대로 한 전쟁과 정복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교수인 슐로모 산드는 최근 국내에 출간된 책 '만들어진 유대인'(사월의책)에서 이같은 유대 민족의 정체성을 허구라고 비판하며 이스라엘 건국서사를 해체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대교 신앙체계의 근간에는 '죄로 인한 추방'과 '성지로의 귀환'이라는 관념이 있다. 이는 특정한 장소를 뜻하는 게 아니라 구원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상황에 대한 관념이다. 그러나 유대민족주의는 성서의 신화를 역사적 사실로 둔갑시켰다. 출애굽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이며,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들이 정복했다는 가나안은 당시 여전히 이집트 땅이었다는 사실이 고고학계 연구로 밝혀졌다. 로마인들이 유대인을 강제 추방한 사실도 없고, 심지어 7세기 이후 이슬람 지배하에서도 유대인 농민들이 고향을 떠난 적은 없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유대인들의 존재를 저자는 과거 유대교 왕국들의 활발한 포교로 설명한다. 하스몬 왕조는 강제 개종 정책을 시행해 그리스 이름을 가진 유대교인들이 대거 출현했다. 반대로 이스라엘 건국 이전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던 이들은 7세기 아랍인들이 이 땅을 점령한 이후 개종한 유대 농민의 후손일 가능성이 크다고 저자는 본다. 이스라엘로부터 그토록 핍박당하는 팔레스타인인의 뿌리가 사실은 유대인에 가깝다는 것이다.

영국 역사학자 어니스트 겔너는 "민족주의가 민족을 낳은 것이며,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대민족주의는 독일과 동유럽에서 발호한 배타적 민족주의와 이에 따른 유대인 탄압에 대항해 형성됐다. 저자는 이런 유대민족사 창작이 이스라엘 정치를 지탱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고 비판한다.

과거 이스라엘에서는 유대인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지문 등을 찾아내 민족주의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저자는 "그 어떤 연구도 유대인들에게만 고유한 유전적 표지를 가려내는 데 성공한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렇게 꼬집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후손이 유대인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찾는 일에 착수한 것을 보는 건 쓰라린 아이러니다. 히틀러가 이것을 보았다면 분명히 매우 기뻐했을 것이다!"

김승완 옮김. 670쪽. 3만4천원.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Most Popular

K-POP

Drama&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