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왕릉 옆 아파트 승인' 감사 요구 불복?

홍현기 / 2021-10-22 08:30:43
  • facebookfacebook
  • twittertwitter
  • kakaokakao
  • pinterestpinterest
  • navernaver
  • bandband
  • -
  • +
  • print
"기관별 입장 달라 법리 판단 우선"…주민들 불안
▲ 김포 장릉 조망 가린 신축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김포=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조선 왕릉 인근 문화재 보존지역에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 대한 감사가 문화재청의 청구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2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 7월 문화재 보존지역 내에서 문화재위원회 심의 없이 아파트 사업을 승인한 인천시 서구 공무원들을 감사해달라고 시에 청구했으나 이날까지 관련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문화재청의 감사 청구 건을 서구로 이첩했고, 서구는 담당 부서 공무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감사를 시작하지 않기로 자체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서구가 지난 2019년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있는 검단신도시 부지에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내준 행위가 잘못됐다고 보고 인천시에 감사를 의뢰했다.

2017년 1월 김포 장릉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서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심의를 받으라고 고시했으나, 서구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업 승인을 내줬다고 문화재청은 판단했다.

하지만 서구는 해당 사안의 잘잘못을 따지는 법리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문화재청의 감사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담당 직원들은 문화재청이 고시 내용을 통보해주지 않아 몰랐다거나 과거 검단신도시 개발계획 등 수립 과정에서 다른 기관이 문화재청과 건축물 높이 등 협의를 완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 사태가 문화재청 등 다른 기관의 잘못으로 빚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서구 감사관실 관계자는 "기관별 입장이 달라 법리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됐다는 결론이 나온 뒤 감사를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문화재청 관계자는 "인천시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지속해서 알렸고 고시는 관보 게재로 효력이 발생한 상태로 아파트 사업 승인 전 심의를 받았어야 했다"며 "감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어 후속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번 사안의 책임이 가려지지 못하는 사이 김포 장릉 인근 문화재 보존지역 내 3개 아파트단지 입주 예정자들만 입주 시기 지연이나 철거 가능성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3개 아파트단지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건설사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2곳의 일부 세대(12개 동 979세대) 공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중단된 상태다.

입주 예정자들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원인을 조속히 조사하고 대안을 마련해 애꿎은 피해를 보는 일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문화재청의 태만한 행정으로 김포 장릉의 가치가 훼손된 것이라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해제해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