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행 타슈켄트1 세종학당장 "한글로 우즈베크에 꿈 심어 보람"

이은정 / 2022-05-15 09: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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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크에 한국어 보급 30년 기록 '허선행의 한글 아리랑' 출간
"취업·유학 기회 얻는 실용 언어로 인식…정식 학교 설립 목표"
▲ '우즈베크 한국어 보급 30년의 주인공'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허선행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1 세종학당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30년간 고려인과 현지인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급한 허선행의 이야기를 담은 '허선행의 한글 아리랑'을 조철현 작가가 최근 출간했다. 2022.5.15 scape@yna.co.kr


▲ 인터뷰 하는 허선행 세종학당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허선행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1 세종학당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30년간 고려인과 현지인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급한 허선행의 이야기를 담은 '허선행의 한글 아리랑'을 조철현 작가가 최근 출간했다. 2022.5.15 scape@yna.co.kr

허선행 타슈켄트1 세종학당장 "한글로 우즈베크에 꿈 심어 보람"

우즈베크에 한국어 보급 30년 기록 '허선행의 한글 아리랑' 출간

"취업·유학 기회 얻는 실용 언어로 인식…정식 학교 설립 목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우즈베키스탄에서 30년간 한국어 교육에 매진한 허선행(57) 타슈켄트1 세종학당장은 "고려인 동포뿐 아니라 다른 민족에게도 한글을 통해 꿈을 심어준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허선행의 한글 아리랑'(라운더바우트) 출간 기념회에 참석하고자 최근 한국을 방문한 허 학당장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30년간 8천 명가량의 제자를 가르쳤다"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15일 세종대왕 탄신일 제625돌에 출간된 '허선행의 한글 아리랑'은 기록문학가인 조철현 작가가 20대에 중앙아시아로 건너가 한글 세계화를 위해 헌신한 허 학당장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책의 표지 글씨는 영화 '타짜',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등의 제목 손글씨를 쓴 캘리그라피 1세대 이상현 씨가 재능 기부를 했다.

허 학당장은 1992년 3월 전남대 사범대 졸업 직후 은사의 권유로 고려인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고자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갔다.

그는 "지도 교수님께서 구소련지역의 고려인 동포가 모국어를 잊고 산다면서 자원봉사 의향을 물으셨다"며 "강의 시간에 하신 말씀이 와닿아 대학 4학년 1학기 때 결심했다"고 떠올렸다.

그가 처음 한글 선생으로 간 곳은 광주일보사와 광주 북한연구학회 등이 성금을 모아 문을 연 타슈켄트 광주한글학교였다. 이후 이곳은 1995년 타슈켄트 세종한글학교로, 2011년 세종학당재단의 지정을 받아 민간인 한글학교에서 타슈켄트 세종학당이 됐다. 지난해 우즈베키스탄에 세종학당이 추가로 지정되며 타슈켄트1 세종학당이 됐다.

허 학당장은 "2000년 이전까진 재정적으로 어려웠고 북한의 조선어 교재를 참고할 만큼 열악했다"며 "처음엔 한국어를 모르거나, 함경도 사투리를 쓰는 20명의 고려인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그의 여정에는 고려인의 디아스포라 역사와 한-우즈베크 수교 30년 발전사, 현지 한인사회 형성사 등이 밀도 있게 담겨있다.

또 우즈베키스탄에 1996년 대우자동차가 진출하고, 이듬해 아시아나항공 직항편이 열리고, 1998년 삼성 가전 공장이 가동되면서 고려인들뿐 아니라 현지 청년들 사이에서도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과정도 그려진다.

2000년대 현지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부터 K팝까지 이어지는 한류 흐름도 엿볼 수 있다.

허 학당장은 "우리 기업이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해 직원을 채용하고 한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어가 좋은 직장을 갖거나 유학 갈 기회를 얻는 실용적인 언어로 인식됐다"며 "현재 한국어를 배우는 수요자가 2만 명가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지의 땅을 개척해보자는 마음으로 간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허 학당장은 "초창기엔 한글학교를 종교 시설로 오해해 검찰이 들이닥치기도 하고 추방당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학생들이다. 제가 한글을 통해 꿈과 희망을 줬다기보다, 학생들이 저를 잡아주고 용기를 줬다"고 강조했다.

현지 '한류 1번지'로 꼽히는 타슈켄트1 세종학당에서는 8단계로 나눠 한국어 수업을 하고 한국 문화와 예법도 가르친다. 설날 한복과 떡국 체험, 한국문화 축제, 추석 민속축제, 김치축제, 세종문화의 밤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러시아계 우즈베키스탄인인 허 학당장의 부인은 한식 요리 수업도 한다.

허 학당장은 "15세 이상 학생들이 다니는데, 95%가 고교·대학생"이라며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이 예절 바르고, 예절 바른 학생이 한국어를 잘한다는 말을 한다. 우리 학당은 한국어를 잘 못 해도 인사 잘하는 학생들로 유명하다"며 웃었다.

허 학당장은 한국·중앙아시아 교류와 해외에 한국어를 보급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한인의날 국민포장(2007), 한글날 한글발전 유공자 대통령 표창(2013), 국민훈장 동백장(2021) 등을 수훈했다. 2019년부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아시아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물질적인 보상보다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것 자체가 기쁨"이라며 "남은 꿈이 있다면 현지에 공식적인 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귀향 인사를 했다. 스승의날인 15일에는 한국에 있는 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북콘서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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