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의 실체 파헤치고 효험과 역사를 탐색하다

임형두 / 2021-06-09 09: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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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 엘릭스 카츠의 책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


발효의 실체 파헤치고 효험과 역사를 탐색하다

샌더 엘릭스 카츠의 책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등. 발효식품은 우리 식단의 맛을 좌우한다 싶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용한 미생물의 작용 덕분에 보존하기 쉽고 맛과 향도 독특할 뿐 아니라 음식의 소화 또한 잘 된다.

발효는 세계의 식단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묘약처럼 신비한 발효음식의 힘이 인류사를 이끌어온 견인차 구실을 했다.

미국의 발효 전문가 샌더 엘릭스 카츠는 2003년에 '천연발효'를 내놓으면서 이 분야의 권위자로 떠올랐다. 그는 2012년에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을 출간해 음식사에 한 획을 그었다. 국내 번역된 이 책은 900여 쪽의 분량이 말해주듯, 방대하고 꼼꼼하게 발효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

책은 사워크라우트나 요구르트를 만드는 간단한 방법부터 고차원의 발효법까지 세세히 일러준다. 더불어 다양한 채소, 술, 탄산음료, 우유, 맥주, 콩, 물고기, 육고기 등의 발효과정과 기법, 곰팡이 배양과정은 물론 농업과 예술, 에너지 생산과 상거래에서 발효가 차지하는 위상까지 두루 기술해나간다.

책은 특히 발효 기법에 초점을 맞춰 서술한다. 알코올 발효(벌꿀주·포도주·사과주)에서 시작해 채소(과일)의 발효, 새콤한 건강음료, 우유의 발효, 곡물과 땅속작물의 발효, 곡물로 빚은 알코올음료, 콩류·씨앗류·견과류의 발효, 육류·어류·달걀의 발효 등을 차례로 다룬다.

저자는 "발효가 사람이 먹는 음식에 작용하는 것보다 훨씬 폭넓은 자연현상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몸속의 세포들도 발효능력을 갖추고 있다. 달리 말해, 사람이 발효를 처음 발명했다기보다는 발효가 사람을 창조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할까.

이처럼 발효는 공생과 공진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등장한 뒤 20억 년 동안, 박테리아는 행성의 표면과 대기층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모든 생명에 필수적인 화학적 체계를 창출했다. 그리고 발효에 관계하는 박테리아와 초기 단세포 생명체 사이에 공생관계가 생겨났다.

피식자(박테리아)는 유산소성 포식자들에 대한 내성을 발달시켰고, 그에 따라 먹을 것이 풍부한 포식자의 몸속에서 얼마든지 생명을 유지하게 됐다. 두 종류의 유기체는 상대방 신진대사의 산물을 서로 이용하는 상부상조의 호혜적 관계. 피식자들이 침입해 들어간 번식자들의 세포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가운데 번식자, 포식자 모두 독립적인 생존 방식을 포기하고 영원한 공생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발효에 관여하는 박테리아와 여타 초기 단세포 생명체 사이의 공생관계가 식물과 동물 그리고 곰팡이를 구성하는 진핵들을 최초로 탄생시켰다고 본다. 무수한 박테리아 유전자의 공생은 진핵생물의 제한적인 신진대사 잠재력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간의 재생산 또한 발효가 필요하다. 여성의 질에서는 젖산균이라는 토착 박테리아 집단을 돕는 글리코겐이 발견됐다. 젖산균은 이 글리코겐을 젖산으로 발효시켜 병원성 박테리아의 침입으로부터 질을 보호한다. 그 광범위한 생명 현상을 감안한다면 발효가 인간 창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발효는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의 생명을 연장하기도 한다. 우리가 배양한 미생물은 음식 안에서 지배자로 군림하며 여타 수많은 박테리아의 성장을 막거나 밖으로 쫓아낸다. 병원성 미생물의 생성 가능성을 줄여주며, 수확해서 소비하기 전까지 음식을 상당한 수준으로 보존하고, 구성 요소의 맛에 변화를 일으킴과 동시에 영양가도 높여준다. 이 같은 산성화를 통한 보존은 식초, 피클, 김치, 요구르트, 치즈 등 인간이 먹는 모든 발효음식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발효음식은 대체로 영양가가 높고 소화도 잘된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발효가 음식을 소화하기 좋은 상태로 변화시켜 인체로 하여금 영양소를 생물학적으로 이용하기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로운 영양소를 생성하거나 건강에 해로운 성분 또는 독소를 제거하기도 한다.

저자가 발효에 대한 탐구와 사색을 이어가는 동안 거듭해서 고개를 내미는 한 단어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컬처(culture)'라는 말이다. 발효는 미생물학의 '세균 배양'부터 광범위한 '문화'까지 다층적 의미만큼이나 무수한 방식으로 연관을 맺는다.

이와 관련지어 저자는 발효음식의 부활이 곧 공동체의 부활을 의미한다고 역설한다. 노동의 세분화와 전문화를 통해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협동하게 만든다는 것. 우리 동네에서 구할 수 있는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자는 말이다. 따라서 발효는 경제 부흥의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한유선 옮김. 글항아리. 936쪽. 4만9천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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