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영국인의 독일 극찬…"유럽 넘어 세계 모범국"

성도현 / 2022-05-12 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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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출신 존 캠프너 '독일은 왜 잘하는가' 번역 출간


▲ 존 캠프너 [존 캠프너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콧대 높은' 영국인의 독일 극찬…"유럽 넘어 세계 모범국"

저널리스트 출신 존 캠프너 '독일은 왜 잘하는가'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는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누렸던 영국인들은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칭찬하는 일이 흔치 않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0년대 초 수도 런던이 독일의 공습을 받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고, 오늘날에도 축구 경기부터 정치·경제 분야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독일과 부딪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영국인이 "유럽을 넘어 세계 모범국"이라며 독일을 극찬하는 책을 내놔 눈길을 끈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을 거친 저널리스트 출신 방송인 겸 국제 평론가 존 캠프너(60)는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독일은 왜 잘하는가'에서 전후 75년간 현대 독일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했다. 20대 시절부터 동·서독을 오가며 특파원으로 활동한 경험도 담겼다.

책은 전범국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지닌 나라가 동·서독의 분단 체제를 극복하고 기억의 힘을 통해 성숙한 국가로 나아가는 모습을 언급하며 "기적이란 표현이 과도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 오늘날 전 세계가 포퓰리즘 정치에 시달리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위기로 시름 하는 와중에도 독일만큼은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전 부문에서 안정된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독일에서 모든 공적 삶의 중심에는 기본법이 자리하고 있다. 전후 재건과 재활의 과정에서 성취한 위대한 결과물 중 하나"라며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수정될 여지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독일인들에겐 '규칙에 대한 강박'이 있다며 몇 가지 일화도 들려준다. 새벽 4시에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경찰관에게 딱지를 떼인 일, 일요일 점심시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록 음악을 듣자 독일인 여자 친구가 '루헤차이트'(조용히 해야 하는 시간)라며 라디오를 끈 일 등이다.

책은 이런 독일인의 습관을 패전 후 잿더미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서 찾는다.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등 승전국들과 달리 패전국 독일은 절차에 있어서 똑바로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독일이 잘하는 것을 5가지로 요약한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책임, 이민 수용, 환경에 대한 관심, 외교 정책, 문화에 대한 지원 등이다. 저자는 전후 독일의 국민 의식은 나치 유산에 대한 공포와 수치, 교훈에 기반을 뒀고, 이런 의식 덕분에 지난 세월 숱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도 말한다.

책은 "독일은 국가주의와 반계몽주의, 두려움의 시대에 유럽 최고의 희망이다. 영국과 미국은 지금까지 등대와 같은 나라로 인정받았지만 지금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책임을 유기하고 있다"며 독일이 앞으로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설 거라고 강조한다.

열린책들. 박세연 옮김. 456쪽.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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