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연상호 "세계 1위에 당황…종교 통해 인간모습 보여주려"(종합)

강애란 / 2021-11-25 1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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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 호러' 장르에 충실…인간의 나약함과 강함 현실적으로 표현"
"뒷이야기 만화로 작업해 내년에 공개…시즌2 제작은 논의해봐야"
▲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옥' 연상호 "세계 1위에 당황…종교 통해 인간모습 보여주려"(종합)

"'코스믹 호러' 장르에 충실…인간의 나약함과 강함 현실적으로 표현"

"뒷이야기 만화로 작업해 내년에 공개…시즌2 제작은 논의해봐야"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박소연 인턴기자 = 공개되자마자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른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작품의 인기가 뜻밖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연 감독은 25일 화상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1위에 오른 소감을 묻자 "일단은 당황했고, 하루아침에 그렇게(1위) 됐다고 해서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넷플릭스와 '지옥'을 구상할 때는 아주 보편적으로 대중들을 만족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런 장르를 좋아하거나, 장르물을 딥하게(깊게) 보는 사람들이 좋아하리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많은 분이 작품을 봐줘서 오히려 신기하다"고 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지난 19일 공개된 이후 하루를 제외하고는 이날까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톱(TOP)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에 연 감독은 "'지옥'의 세계관이 생소할 수 있어서, 이 세계에 빠져드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옥'은 평범한 사람이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지옥행 고지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린 이야기로, 사회의 혼란을 틈타 부활한 사이비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사투를 그린다.

연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2013)와도 큰 줄기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연 감독은 '지옥'의 경우 '코스믹 호러' 장르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했다. 코스믹 호러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적 공포를 맞닥뜨린 인간 모습을 다룬다.

그는 "종교와 인간과의 관계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며 "거대한 미지의 존재와 인간의 대비를 통해서 인간의 나약함과 거기서 나오게 되는 강함을 표현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믹 호러는 미스터리를 미스터리한 채로 남겨놓고, 그 앞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굉장히 현실성 있고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게 중점"이라며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나 더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포인트인데, ('지옥'에 나오는) 인간의 고민이 현실에서 우리가 하는 것과 닮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지옥'에 앞서도 '돼지의 왕', '부산행', '방법' 등에서 자신만의 디스토피아를 그리며 인간 군상을 묘사해왔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사람한테는 행동을 만들어내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환경일 수도 있고,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죠. '지옥'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어려움에 부닥친 인간, 그 누군가가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단순한 감정이에요.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요소와는 별개로요. 어떻게 보면 그런 아주 원초적인 것이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여기에('지옥'에) 존재하는 인간들이 우매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자신이 믿는 것들에 이데올로기를 만들어서라도 기대고 싶은 세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인간이란 존재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옥'은 연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만든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데, 연 감독은 웹툰을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B급 영화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연 감독은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만큼 그 존재들이 현실 세계와는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것들이 웰메이드 요소로 표현되기보다는 서브컬처 형태로 구현되길 원했고,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옥'이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데는 그동안 쌓아온 한국 드라마의 공이 크다고 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가 10여 년 전부터 전세계에서 조금씩 쌓아온 신뢰가 최근에 폭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조금씩 금이 가다가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현상을 뜻하는 '결궤'인데, 그동안 한국 영화와 드라마들이 천천히 균열을 내기 시작했던 세계시장의 벽이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연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작품 제작 제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부산행' 이후 미국 영화연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좀 더 크고 다양한 무대에서 작업을 하고 싶은 건 창작자로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욕구 같다"고 답했다.

차기작에 관해선 "'정이'라는 SF영화를 만드는 중"이라며 "이전 작품과는 결이 많이 다른 짤막한 단편소설을 한 편 쓴다는 느낌으로 색다르게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작 '정이'에는 강수연, 김현주 등이 출연한다.

연 감독은 '지옥'의 시즌2 제작 가능성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다만 최규석 작가와 함께 다음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즌 2라기보다는 이후에 이어질 이야기에 대해서 최규석 작가와 만화로 작업하기로 이야기한 상태고, 내년 하반기 정도에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영상화는 다음에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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