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칸토' 애니메이션 작업 위해 콜롬비아 제스쳐까지 공부했죠"

오보람 / 2021-11-24 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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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엔칸토' 참여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윤나라 인터뷰
"디즈니 기술력 정점 찍은 작품…전 세계 인재 모아 다문화 표현"
▲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작업 참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위)와 윤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속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엔칸토' 애니메이션 작업 위해 콜롬비아 제스쳐까지 공부했죠"

디즈니 '엔칸토' 참여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윤나라 인터뷰

"디즈니 기술력 정점 찍은 작품…전 세계 인재 모아 다문화 표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24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는 그간 실사 영화에서도 쉽사리 볼 수 없었던 남미 국가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했다.

대대로 초능력을 타고 나는 마드리갈 일가에서 유일하게 아무 능력이 없는 소녀 미라벨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콜롬비아 전통 의상을 입은 대가족이 살사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국민 간식'인 아레빠를 나눠 먹는 장면 등을 보면 디즈니가 한 문화를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엔칸토' 작업에 참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와 윤나라는 이날 화상 인터뷰에서 "콜롬비아 사람만이 눈치챌 수 있는 특유의 제스처까지 공부했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디즈니에서 각각 15년, 8년을 근무하며 다수의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다. 이번 작품에서 최영재는 주인공 미라벨이 나오는 장면과 가족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하는 장면, 일부 춤추는 장면과 액션 장면을 그렸다. 윤나라는 미라벨의 언니 이사벨라가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 미라벨이 할머니와 함께 있는 장면 등을 작업했다.

'엔칸토'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동원된 애니메이터는 약 90명에 이른다. 한 개의 시퀀스당 20여명을 투입하는데 하나를 완성하려면 보통 6∼7주가 걸린다고 한다. 평소라면 스튜디오로 출근해 동료들과 직접 소통하며 일했겠지만, 지난해 들이닥친 팬데믹 여파로 집에서 혼자 작업해야 했다.

윤나라는 "동료들끼리 서먹하지 않도록 매일 페이스타임 통화를 하고 각자 집에서도 협업할 수 있도록 디즈니에서 신경을 써줬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춤을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영상으로밖에 공부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어요. 보통 댄서들이 스튜디오로 직접 찾아와 수업하거든요.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저희가 할 수 있는 뮤지컬 영화의 한계를 초월한 것만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터들은 디즈니에서 고용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콜롬비아와 그 사람들의 역사, 특성, 습관 등도 공부했다. 최대한 디테일을 살려 지역의 모든 것을 담기 위해서다.

디즈니는 앞서 '모아나'(폴리네시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동남아시아) 등을 잇달아 내놓으며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시야를 넓혔다. '주토피아'를 통해서는 다채로운 사람들이 한데 섞여 사는 사회의 소중함을 일깨우기도 했다. 과거 주로 '백인 공주'를 내세웠던 디즈니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최영재는 "디즈니가 변화한 시점이 언제라고 딱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루는 문화권이 서서히 더 넓게 퍼져나간 것 같다"고 했다.

윤나라는 "디즈니는 항상 다문화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구성원을 살펴보면 미국 회사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예요. 한국, 일본, 프랑스, 불가리아, 러시아 등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인재를 다 끌어모은 환경이죠. '엔칸토'를 작업하면서도 스페인, 베네수엘라 출신 동료들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언젠가 한국이나 K팝을 다룬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면 "정말 재밌게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재는 디즈니에서 일하기를 소망하는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한민족은 끈기와 성실함으로 유명하잖아요. 3차원(3D) 애니메이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데, 한국인은 그와 관련된 모든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차근차근히 한 단계씩 올라가면 디즈니에서 일할 한국인은 아주 많지 않을까요?"

윤나라도 영화에 등장하는 노랫말을 인용해 "별이 타들어 가기 때문에 빛이 나는 것처럼 스타가 되기 전에 열정을 불태우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신비한 능력을 갖춘 가족들 틈에서 평범한 사람으로서 고군분투하는 미라벨의 처지가 자신에게 와닿았다고 강조했다.

최영재 또한 "'엔칸토'는 마법 능력이 없는 주인공이 어떻게 상황에 대처하고 가족과 화합하는지 과정을 보여주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올려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게 우리네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1인 가족이 보편화된 지금 우리는 과연 우리 가족을 잘 알고 있는지, 가족은 우리를 잘 알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기회인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아름다운 색채와 화려한 영상미는 디즈니가 현재 갖춘 기술력의 정점입니다. 선명하고 큰 화면으로 관람해서 많은 분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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