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 효과 노렸던 반공영화 '특수본' 시리즈 여성간첩들

이정현 / 2021-10-14 13:30:00
  • facebookfacebook
  • twittertwitter
  • kakaokakao
  • pinterestpinterest
  • navernaver
  • bandband
  • -
  • +
  • print
한국경찰사연구원, 경찰의날 기념 온라인 학술 세미나
▲ 영화 '특별수사본부' 1탄 '기생 김소산'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본드걸 효과 노렸던 반공영화 '특수본' 시리즈 여성간첩들

한국경찰사연구원, 경찰의날 기념 온라인 학술 세미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1970년대는 한국영화의 침체기이자 반공영화가 급증한 때였다.

1972년 10월 유신 후 정부는 '승공 사상'을 보급할 수 있는 영화 제작 지침을 내렸고, 영화계는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 시리즈로 기대에 부응했다.

한상언 한상언영화연구소장은 경찰대학 한국경찰사연구원 주최로 14일 열린 경찰의 날 기념 온라인 학술세미나에서 '특수본' 시리즈(1973∼1975년, 총 5편)를 중심으로 당시 영화들을 통해 경찰과 사회 분위기를 조명했다.

이 시리즈는 DBS 동아방송 라디오 드라마로 시작했으나, 이후 한진흥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침체기에 제작 활동이 부진했던 제작사가 정부 지침에 순응하면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특수본' 시리즈는 해방기 간첩 사건을 소환했다.

6만4천 명의 관객을 동원한 첫 번째 '기생 김소산'은 대종상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하고 아시아영화제에도 출품되는 등 성과를 냈고, 이에 따라 외화 수입 쿼터를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한 소장은 영화 속 캐릭터들에 대한 분석도 내놨다.

특수본 속 남자 주인공들은 최무룡, 이순재 등이 주로 맡아 인간적 면모가 두드러진 신사 같은 모습으로 표현됐다.

반면 남성 간첩들의 모습은 여성 간첩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신은 뒤에 숨어 활동을 지시하는 식으로 묘사됐다.

한 소장은 "좌익 세력이 떳떳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성 뒤에 숨어 비겁하게 활동하는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배치"라고 해석했다.

지적이고 관능적인 매력을 뽐내는 여간첩 캐릭터는 작품의 마스코트였다. 김소산 역은 문희, 남정임과 함께 '트로이카'로 불렸던 윤정희가 맡았고, 이후 '포스트 트로이카' 안인숙, 윤소라, 우연정이 경쟁했다.

이처럼 여간첩 캐릭터가 전면에 나선 것은 당시 인기 있던 외화 '007시리즈' 속 본드걸의 영향이 컸다고 한 소장은 분석했다.

한 소장은 "여간첩이라는 뉘앙스가 주는 호기심에 기댄 전략이었고, 여간첩들이 마치 제임스 본드처럼 신사적인 수사관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공산주의에 대해 회의하게 되는 전개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생 김소산' 이후 흥행은 없었다. 한 소장은 "승공사상을 강조하는 당시 사회 분위기를 유지하는 측면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분석했다.

세미나에서는 이 밖에도 정비석의 단편소설 '신교수와 이혼- 어른을 위한 우화' 발굴, 무궁화의 경찰사적 상징성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철구 경찰대학장은 "경찰사 영역이 우리나라의 문학사, 미술사, 영화사 등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경찰사 연구가 시민과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Most Popular

K-POP

Drama&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