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1년 '독서당계회도' 일본서 귀환…"가장 오래된 실경 계회도"(종합)

박상현 / 2022-06-22 13: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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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문화재재단, 3월 경매서 매입…고궁박물관 내달 7일 공개
옥수동 일대 뱃놀이 모습 묘사…"수준 높은 조선초기 산수화 대표작"
▲ '독서당계회도' 설명하는 문화재청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독서당계회도' 언론공개회 행사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이 설명하고 있다. 2022.6.22 hama@yna.co.kr

▲ 환수한 '독서당계회도'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된 환수 문화재 '독서당계회도'. 2022.6.22 hama@yna.co.kr

▲ '독서당계회도'의 뱃놀이 모습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고국으로 돌아온 '독서당계회도'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531년 '독서당계회도' 일본서 귀환…"가장 오래된 실경 계회도"(종합)

국외소재문화재재단, 3월 경매서 매입…고궁박물관 내달 7일 공개

옥수동 일대 뱃놀이 모습 묘사…"수준 높은 조선초기 산수화 대표작"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중종(재위 1506∼1544) 연간인 1531년 무렵 한강 동호(東湖·뚝섬에서 옥수동에 이르는 곳) 일대에서 선비들이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회화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가 국내로 돌아왔다.

이 그림은 지금까지 알려진 실경산수 계회도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이자 현존 자료가 적은 조선시대 초기 산수화 중에서도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제작 시점을 비교적 명확히 알 수 있어 회화사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2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 3월 22일 미국 경매에서 낙찰받은 16세기 조선 회화 독서당계회도를 언론에 공개했다.

비단에 그린 수묵채색화인 독서당계회도는 전체 크기가 가로 72.4㎝, 세로 187.2㎝로 길쭉한 편이다. 그중 그림이 있는 화면은 가로 62.2㎝, 세로 91.3㎝다.

박은순 덕성여대 교수는 이날 공개회에서 "조선시대 초기 작품치고는 크기가 큰 대작이고 보존 상태도 좋다"고 평가했다.

그림 상단에는 '독서당계회도'라는 제목을 전서체(篆書體·중국 진시황이 제정한 서체로 도장에 많이 사용함)로 썼다.

'독서당'(讀書堂)은 조선시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만든 독서 연구기구이고, '계회도'(契會圖)는 문인들의 모임인 계회 장면을 그린 회화다.

조선에는 젊은 문신에게 휴가를 줘서 학문에 전념하게 하는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가 있었는데, 집보다는 별도 장소를 마련해 책을 읽게 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에 따라 설치한 공간이 독서당이다.

독서당은 1492년 마포 인근에 지어졌으나, 1504년 폐쇄됐다. 중종은 1517년 오늘날 옥수동 일대인 두모포 정자에 새로 독서당을 지었다. 이 독서당은 임진왜란 때까지 유지됐다.

제목 아래에는 우뚝 솟은 응봉(매봉산)을 중심으로 한강 두모포 일대가 묘사됐다. 응봉 너머로는 남산, 북한산, 도봉산이 배치됐다. 응봉의 양쪽에 있는 봉우리는 푸른색 안료로 칠했다.

봉우리 하단에는 짙은 안개로 지붕만 보이는 독서당이 있고, 강에는 관복을 입은 선비들을 태운 배가 떠 있다. 이들은 사가독서 이력이 있는 20∼30대 젊은 관료였다. 다른 배에는 술동이로 짐작되는 물품이 실렸다.

그림 아래쪽에는 모임에 참가한 인물 12명의 이름과 호, 본관, 태어난 해, 사가독서 시기, 과거급제 시기, 품계와 관직 등이 기록됐다.

참가자 중 유명한 인물로는 영주 소수서원 전신인 백운동서원을 세운 주세붕, 시문에 뛰어났고 문집 '면앙집'을 남긴 송순, 예조참의와 대사헌을 지낸 성리학자 송인수가 꼽힌다.

송인수는 그림 제작 당시 홍문관 부응교였고, 또 다른 인물인 허항은 사간원 정언이었다. 두 사람은 1531년 이 관직에 임명됐고, 이듬해 새로운 관직을 받았기 때문에 그림은 1531년께 완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박 교수는 "삼단 구성으로 된 계회도는 중국과 일본에는 거의 없는 조선 특유의 회화 양식"이라며 "산의 구도에는 풍수 개념이 적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화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며 "1531년 당시 관료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모임은 공적 연회였을 가능성이 크고, 궁중 화원이 파견돼 그렸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조선시대 계회도는 180여 점이 있으며, 그중 15∼16세기 계회도는 50점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며 "이번에 돌아온 작품은 현전하는 16세기 독서당계회도 3점 중에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회도 중 국보는 없고, 보물은 12건이 있다"며 "서울대박물관이 소장한 1570년 무렵 독서당계회도도 보물"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번에 공개된 독서당계회도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회화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당대 대표작으로서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귀환한 독서당계회도는 이미 국내 학계에 알려져 있었다. 해외 반출 경위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한동안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간다 기이치로(神田喜一郞·1897∼1984) 소장품이었다. 그가 사망한 뒤 유족으로부터 입수한 또 다른 일본인이 최근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정가는 50만∼70만 달러(6억4천만∼9억 원)였다.

독서당계회도는 내달 7일부터 9월 25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독서당계회도는 조선 전기 실경산수화의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앞으로도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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