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층민 문화 '온돌', 조선후기 이상기후로 상류층까지 확대"

박상현 / 2022-06-21 14: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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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원회 23일 '기후와 인간 그리고 재난' 학술회의
▲ 온돌이 설치된 경복궁 정자 향원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층민 문화 '온돌', 조선후기 이상기후로 상류층까지 확대"

국사편찬위원회 23일 '기후와 인간 그리고 재난' 학술회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시대 전기만 해도 하류층 문화로 인식된 온돌이 17∼18세기에 이상저온이 지속되면서 상류층까지 널리 보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소라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학예연구사는 국사편찬위원회가 23일 '기후와 인간 그리고 재난: 생태환경사의 관점'을 주제로 여는 제57회 한국사학술회의에서 17세기 전후 지구 전체에서 관측된 소빙기(小氷期)와 당시 조선사회에서 일어난 온돌 확대, 과도한 벌목, 청계천 준설 사이 상관관계를 고찰한다.

21일 배포된 발표문에서 김 연구사는 "15세기에 온돌은 하층민 생활양식으로 여겨졌고, 상류층은 침상·탁자와 화로 같은 난방도구를 주로 사용했다"며 "16세기 중엽이 되면 사대부는 물론 왕실에서도 온돌을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17∼18세기에는 궁궐 내부에 온돌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일반적으로 생활문화가 상층에서 하층으로 퍼지지만, 온돌은 소빙기를 계기로 계층 구조상 아래에서 위로 전파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고학적으로 조선 후기에 구들 면적이 넓어지고, 연기가 통하는 길인 고래 개수가 증가하며, 온돌방이 두 개 이상인 건물이 많아지는 현상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여러 문헌을 근거로 17세기 전후 왕실에서 온돌 보급이 문제시됐다고 짚었다.

실제로 실록 인조 8년(1630) 기록에는 "선조 때는 대궐 방에 온돌을 놓은 것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백성이 바치는 땔나무가 오늘날처럼 많지 않았다"는 대목이 있다. 유희춘(1513∼1577)이 쓴 '미암일기'에도 몸이 아플 때만 온돌에서 잤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김 연구사는 "온돌 사용에 비판적이었던 송시열은 궁내 온돌을 마루로 바꾸자고 요청했으나, 숙종은 끝내 거부했다"며 "궁궐 밖에서는 천민도 온돌을 사용하는데, 궁 안에 거주하는 이들이 추위에 떨 수 없다는 생각에서 온돌이 확대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온돌이 늘어나자 땔나무 수요도 많이 증가했다. 온돌은 취사를 위한 아궁이를 포함했지만, '일성록'에 따르면 밥만 지을 때보다 방을 따뜻하게 데우는 데 훨씬 많은 나무가 필요했다.

김 연구사는 "이미 16세기 초가 되면 도성 근처에서는 나무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17세기부터는 한 집에 온돌방을 2개 이상 놓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땔나무 소비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성부를 둘러싼 나무들은 소빙기에 확대된 아궁이 속으로 수없이 던져졌다"며 "재해와 기근을 피해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이 비탈을 개간하면서 도성 인근 산은 점점 더 헐벗게 됐다"고 덧붙였다.

산에 나무가 줄어들면서 비가 내리면 토사가 흘러내리는 현상도 도성 내부에서 빈번히 발생했다. 토사가 섞인 물은 상당수가 청계천으로 유입됐고, 폭우가 오면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청계천 주변 지역이 침수됐다.

김 연구사는 영조 재위기인 1760년 청계천에서 흙을 파내는 준설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진 배경에도 온돌 확대와 나무 감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20만 명이 약 두 달간 진행한 준설 사업을 통해 청계천 양쪽에 커다란 언덕이 만들어졌고, 주변 지역의 지면이 1m가량 높아졌다고 말했다.

역사 속에서 재난과 사회변동 관련성을 살펴보는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고대 한반도 숲 피복의 굴절', '18세기 후반∼19세기 조선 수해 이재민에 대한 인식', '일제하 조선 북부의 개척촌 조성과 개발재난', '기후변화 인식의 현재사' 등을 다룬 주제 발표도 진행된다.

학술회의는 국사편찬위원회 유튜브 계정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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