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높이로 본 학교폭력의 본질…영화 '플레이그라운드'

김계연 / 2022-05-15 15: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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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그라운드' [해피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플레이그라운드' [해피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플레이그라운드' [해피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 눈높이로 본 학교폭력의 본질…영화 '플레이그라운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최근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와 드라마 '돼지의 왕'·'소년심판' 등이 각자 학교폭력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플레이그라운드'는 학교폭력을 철저히 당사자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언제든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학교폭력의 본질을 파고 든다. 이는 학교가 가족 바깥의 세상과 맞닥뜨리는 사실상 첫 공간이라는 데서 비롯한다. 영화의 프랑스어 원제는 'un monde'(세계)다.

영화는 학교에 들어가면서 자꾸 뒤를 쳐다보는 일곱 살 노라(마야 반데베크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제 막 입학한 노라의 눈빛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노라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오빠 아벨(군터 뒤레)에게 의지한다. 쉬는 시간에도 아벨과 함께 있고 싶지만, 아벨은 거부한다.

아벨의 학교생활은 노라보다 더 힘들다. 아벨은 학교폭력의 직접 피해자다. 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아벨은 생각한다. 어느날 노라가 현장을 목격하게 되자 아무에게도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이른다.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을 챙기느라 아벨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 부모들이 모여 사과하고 화해하는 자리가 마련됐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노라는 많지 않지만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생활에 조금씩 적응한다. 애초부터 노라의 두려움은 아벨과 달리 처음 세상에 나갈 때 느끼게 마련인 막연함이었다. 아벨이 처한 상황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노라는 이제 아벨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아벨이 자신의 오빠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학교폭력에 직접 가담하거나 피해를 당하지는 않지만, 노라의 입장은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며 정반대로 바뀐다. 학교는, 특히 운동장이라는 공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과도 같다. 아벨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그는 이미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나름의 방법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폭력은 전이된다. 아이들이 축구를 하면서 한발이라도 더 나아가려고 이리저리 뛰는 운동장은 이같은 세계를 축소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아무런 배경음악이 없는 영화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내는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세상에 내던져진 남매의 불안과 혼돈을 표현한다. 정확히 노라의 눈높이에 맞춰진 카메라는 내내 그의 시선을 쫓는다. 영화는 주제와 이야기 전개 방식, 카메라워크 등 여러 면에서 다르덴 형제의 작법을 따른다. 벨기에 출신 감독 로라 완델의 첫 장편으로,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받았다.

72분. 12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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