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최항용 감독 "미지의 두려움으로 긴장감 형성"

강애란 / 2022-01-11 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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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 무산 뒤 넷플릭스 시리즈로…"선한 인간 보여주는 게 특징"
박은교 작가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상대적으로 고요하다 느낄 수도"
▲ 최항용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박은교 작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고요의 바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요의 바다' 최항용 감독 "미지의 두려움으로 긴장감 형성"

영화제작 무산 뒤 넷플릭스 시리즈로…"선한 인간 보여주는 게 특징"

박은교 작가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상대적으로 고요하다 느낄 수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물이 없는 달에서 사람들이 익사한다'는 아이러니한 아이디어로 출발했죠."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를 연출한 최항용 감독은 11일 서면으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작품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동명의 단편영화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는 사실 2014년 장편 영화로 만들어질 뻔했지만 안타깝게 제작이 무산됐고, 넷플릭스를 만나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최 감독은 "영화 제작이 중단되면서 안타까웠는데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첫 우주 SF 시리즈인 '고요의 바다'는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글로벌 순위가 3위까지 오르며 공개 직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인류가 물 부족으로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최 감독은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한계가 많은 SF 장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일단 부딪쳐보는 성향이어서 도전하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너무 미래적인 이야기보다는 현실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고, 그런 면에서 가상의 먼 행성보다는 가까이 있는 달이 (배경으로)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극 중 인물들은 달에 버려진 발해기지에서 임무 수행과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최 감독은 이렇게 제한된 공간에서 서스펜스를 다루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의 전작인 단편 '엘리베이터 안에서' 역시 폐쇄된 공간 속 인물의 심리를 드러낸다.

"인물이 한 공간에 고립돼 있고, 이 공간이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격리된 공간'이라는 정보를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거죠. 그러면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인물이 무사히 저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과 기대를 하고 지켜보게 돼요. 제한된 공간은 그 공간이 가진 특성만으로도 이런 서스펜스를 형성해 극의 긴장감을 더해줘요. '고요의 바다'는 이런 제한된 공간을 기반으로 서스펜스를 다뤄요."

최 감독은 극 중 송지안(배두나 분)에게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쥐여줬다. 지안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복제인간 '루나'의 안위를 걱정하고, 행동하는 인간적인 캐릭터다.

그는 "극한 상황에서 추악한 모습과 선한 모습 모두 우리가(인간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며 "생존을 다루는 작품에서는 인간의 추악한 면을 비추는 경우가 많은데, '고요의 바다'는 좀 더 이성적이고 선한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는 점이 다른 SF와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각본을 맡은 박은교 작가 역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죽음이 맞닿아 있는 우주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생존의 희망과 의미를 찾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라며 "눈앞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도록 구성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단편 영화를 8부작 시리즈로 옮긴 탓인지 '고요의 바다'는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 감독은 이와 관련해 "'고요의 바다'는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긴장감을 형성해나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빠르고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이 많은데 꼭 이런 트렌드에 맞춰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다"며 "한국에 좀 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작품들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고, '고요의 바다'에 어울리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작가 역시 "'고요의 바다'는 상대적으로 정말 '고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에 맞서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구성됐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흥미롭게 본다면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요의 바다'는 우주의 중력을 고려하지 않은 듯한 연출로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 최 감독은 과학적인 고증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예산과 시간의 제한으로 완벽한 이미지를 구현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도 있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달의 지면을 걷는 인물은 11명이었는데, 기술적으로 저중력을 표현할 수 있는 와이어 사용은 동시에 1명으로 제한돼 있었고, 시간이 없어 와이어를 사용하지 못한 장면도 있었다고 전했다.

"자문을 받아도 해결점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었어요. 연출은 미래의 기술을 상상하는 반면, 전문가는 현재의 기술을 바탕으로 가능한지 여부만 얘기해줄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재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창작자의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발해기지 내 인공중력의 경우 '불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지만, 기지 내부를 모두 저중력으로 표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인공중력 설정이 꼭 필요했죠."

최 감독과 박 작가는 시즌2와 관련해 대략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았다고 했다. 제작 가능성은 아직 확답하기 어렵지만, 만약 제작된다면 인류 생존의 키를 쥔 '월수'와 '루나'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 국면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최 감독은 "평소 인간에 대한 탐구에 관심이 많다. 아마 다음에도 SF 작품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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