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역부터 일본까지…유물로 살피는 고대 한반도의 국제교류(종합)

박상현 / 2021-11-24 15: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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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문화 다양성에 주목한 '외래계 문물' 특별전
신라미술관 2층에 '불교사원실' 신설…신라 사찰 자료 전시
▲ 국립경주박물관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 특별전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립경주박물관이 24일 개막한 특별전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에 토기가 전시돼 있다.

▲ 계림로 보검(오른쪽 두 번째)과 유물들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립경주박물관이 24일 개막한 특별전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에 계림로 보검(오른쪽 두 번째)과 금동신발 등이 전시돼 있다.

▲ 왜 영향을 받은 토기들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립경주박물관이 24일 개막한 특별전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에 왜의 영향을 받아 제작된 토기들이 전시돼 있다.

▲ 국립경주박물관 불교사원실 공개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립경주박물관이 24일 새롭게 공개한 불교사원실에서 신광철(가운데) 학예연구사가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 국립경주박물관 불교사원실 공개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립경주박물관이 24일 새롭게 공개한 불교사원실에 기와와 전돌 등이 전시돼 있다.

서역부터 일본까지…유물로 살피는 고대 한반도의 국제교류(종합)

국립경주박물관, 문화 다양성에 주목한 '외래계 문물' 특별전

신라미술관 2층에 '불교사원실' 신설…신라 사찰 자료 전시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신라 무덤인 경주 황남대총 출토품 중에는 보물로 지정된 독특한 유리병과 유리잔이 있다.

연한 푸른색이 감도는 병과 잔은 지금 봐도 상당히 이국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9년 유리잔 보존처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중해 동부 팔레스타인이나 시리아에서 제작된 뒤 실크로드를 통해 수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황남대총 금동제 조개 장신구는 남·북위 30도 사이의 따뜻한 바다에서만 잡히는 앵무조개를 활용한 잔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황남대총 칠기 바닥에 적힌 글자 '마랑'(馬朗)은 중국의 바둑 고수 이름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같은 유물은 신라가 외국과 활발히 교류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로 제시된다. 비단 황남대총 유물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남은 고대 유물 중에는 '문화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고대 교류의 산물인 외래계 문물 172건 253점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특별전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다름이 만든 다양성'을 24일 개막했다.

내년 3월 20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출품 자료 중에는 황남대총 남분(南墳) 금목걸이, 경주 계림로 보검 등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 8건도 포함됐다. 새롭게 공개하는 유물은 거의 없지만, 한반도 바깥에서 오거나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은 문화재를 중심으로 전시실을 채웠다.

전시 키워드는 '교류'와 '다양성'이다. 2천 년 전에도 한반도에서는 여러 문화가 공존하며 섞이는 '혼종'(混種) 현상이 일어났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가깝게는 중국과 일본, 멀리는 서역과 지중해 동부 문화가 유입됐음을 알 수 있다.

경주에서 발견된 서역인을 닮은 흙인형, 창원 가야 고분 출토품인 낙타 모양 토기, 사천 늑도 유적에서 확인된 일본 야요이(彌生)계 토기, 천안 용원리 고분군에서 모습을 드러낸 중국제 계수호(鷄首壺·닭머리 모양 주둥이가 있는 항아리)가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한다.

최선주 국립경주박물관장은 간담회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급격히 늘면서 다양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전시 유물을 통해 우리 문화가 새로운 요소를 어떻게 수용하고 소화해서 토착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실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 중심에 기다란 통로를 두고 방을 좌우에 배치한 듯한 형태다. 전시 구성은 고조선·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로 세분화할 수 있지만, 관람객이 시대를 의식하지 않도록 꾸몄다. 또 입구와 출구를 비교적 명확히 하는 일반 전시와 달리 자유롭게 다니며 유물을 감상하도록 했다.

곳곳에 휴식 공간을 마련한 점도 특징이다. 모양이 특이한 의자와 다실(茶室)을 연상시키는 널따란 평상에 앉아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유물을 빽빽하게 늘어놓고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역사를 사색하는 힐링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미술관 2층에 있던 황룡사실을 개편해 새롭게 조성한 '불교사원실'도 이날 공개했다.

삼국유사에서 신라시대 경주를 묘사한 문구인 '절이 별처럼 많고 탑이 기러기처럼 늘어섰다'(寺寺星張 塔塔雁行)를 시각화하고, 지진에 대비한 면진 진열장과 저반사 유리를 설치해 관람 환경을 개선했다.

전시품 530여 점은 기와, 전돌(벽돌), 사리장엄구, 불상, 탑 장식 등 종류가 다양하다. 사리장엄구는 탑에 사리를 봉안할 때 사용하는 용기와 물품을 의미한다.

기와와 전돌은 벽장에 전시하고, 중앙부에서는 황룡사·분황사·감은사 등 사찰별로 공간을 나눠 사리기(舍利器·사리를 모신 그릇)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황룡사 구층목탑에서 나온 사리기와 공양품, 사천왕사 녹유신장상(綠釉神將像·녹색 유약을 바른 불교 수호신 조각상)은 관람객이 출토 맥락을 이해하도록 다양한 장치를 고안했다.

예컨대 구층목탑의 기초가 되는 심초석(心礎石) 아래쪽과 심초석 내부 사리공(舍利孔·사리 구멍)에서 각각 발견된 유물의 진열장 높이를 다르게 하고, 녹유신장상 주위에는 당초무늬 전돌과 지대석을 재현해 전시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일부 전시품을 대상으로 진행한 과학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황룡사 구층목탑 심초석 아래에서 찾은 작은 백자 항아리 속 흰색 물질 3점은 조개껍데기로 드러났고, 목탑 사리공에 봉안됐던 연꽃 모양 받침의 재질은 가운데 부분이 은이고 바깥쪽 부분은 금으로 확인됐다. 분황사 은제 합(盒·동그랗고 넓적한 그릇)에 있던 직물은 고려시대에 제작됐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신광철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황룡사 연꽃 모양 받침은 872년 구층목탑을 수리하면서 남긴 기록인 '금동찰주본기'에 언급된 '금은고좌'(金銀高座)일 가능성이 커졌다"며 "새로운 불교사원실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연출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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