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에세이로 탐미하는 남도의 풍속과 정서

임형두 / 2022-01-17 15: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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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자 이윤선씨, '남도를 품은 이야기' 펴내
▲ 진도씻김굿 공연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명량대첩축제의 강강술래 공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인문 에세이로 탐미하는 남도의 풍속과 정서

민속학자 이윤선씨, '남도를 품은 이야기' 펴내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호남'과 '남도'는 유사한 개념이자 동질의 장소를 지칭한다. 소박하게는 전남북 지역을 통칭하기도 하고, 통시적으로는 제주를 포함한 광역권을 이른다. 제주도가 행정법상 전라남도에서 분리된 건 1946년 8월이었다.

또한 지역학에서 '호남학'은 역사 중심의 용례가, '남도학'은 문화 중심의 용례가 많다. 호남학이 역사적 입장이나 호국 정신사적 맥락을 드러낸다면, 남도학은 서민문화와 민중문화 혹은 평민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민족학적 맥락이 강하다. 호남학보다 남도학이 더 넓은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다.

신간 '남도를 품은 이야기' 저자 이윤선 씨는 남도의 역사와 민속 등 무형 유산을 아우르며 이 땅의 풍속과 정서를 규명한다. 전남 진도에서 나고 자란 그는 '남도 인문학'을 주창하는 민속학자로서 판소리와 무가 같은 소리에도 밝다.

이번 책은 역사와 인물, 풍속과 전통, 구전과 설화, 소리와 춤 등 남도의 풍요로운 문화유산들을 다층적 이야기로 소개한다. 나주 유배지에서 국가 통치철학을 가다듬고 떠난 삼봉 정도전 같은 역사 인물부터 공옥진, 장월중선 등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들의 생애와 문화 이야기, 남도 특유의 식도락과 옹기배 등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토속적 소재를 다양하게 다뤘다.

특히 노두, 물때, 바닷가 신앙과 무속 등에서는 독특한 도서 해안 문화를 느껴볼 수 있다. 저자의 관심은 아시아 이웃 국가들을 지나 남태평양으로까지 뻗어나간다. 미크로네시아에서 남도의 '진놀이'와 닮은 원무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만나고, 조선왕조실록에서 인도네시아 자바국과의 교류 흔적을 찾으며, 젓갈이 발달한 베트남을 우리와 함께 '발효 문화권'으로 묶으며 공동 연구를 제안한다.

여성과 서민의 풍속을 다룬 부분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여성 최초의 문집을 낸 담양 출신의 송덕봉은 16세기 양반 사대부 부부관계의 전형과 달리 첩실을 둔 남편 유희춘을 꾸짖기도 할 만큼 굴종에서 벗어난 인물이었다. 또한 곡을 하며 삼년상을 치르기는커녕 조문객들과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며 죽음도 축제로 승화시키는 상례는 권위적 기층 질서에 대한 유쾌한 반란이었다고 들려준다.

저자는 "작고 하찮은 것들 속에서 의미를 톺아내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시대는 서민의 인권과 역량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근대 이후 경향만 보더라도 선거권의 쟁취, 여권의 신장, 지배세력에 대한 항거 등 피지배 계급의 역량이 강화돼왔다. 이것을 시대정신이라 부른다면 오늘날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단연코 서민의 문화다. 한국 정신문화의 요체를 서민의 말과 몸짓, 풍속에서 길어 올려야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남도는 여성을 포함한 민중들의 삶을 토대로 삼는 생활문화의 수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말하는 남도 정신문화의 요체다."

저자는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 이사장과 남도민속학회 회장, 일본 가고시마대학 외국인 교수, 베트남 다낭외대 공동연구원 교수, 중국 절강해양대 명예교수를 역임했고, 지금은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전남도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할미디어. 332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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