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처가 되지 못하는 가정…서울대미술관 '밤을 넘는 아이들'

강종훈 / 2022-01-12 15: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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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영 '고아들의 성탄2' [서울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고경호 '들러리' [서울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정문경 '요새' [서울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식처가 되지 못하는 가정…서울대미술관 '밤을 넘는 아이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가정은 치유와 회복의 공간이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소중한 안식처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는 가정이 사회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곳이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13일 개막하는 '밤을 넘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아이들이 당하는 폭력을 주제로 한 전시다.

사랑과 보호가 절실한 아동들이 오히려 가정에서 폭력에 노출되고, 가정이라는 이유로 그 폭력이 은폐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문제를 다룬다.

전시에는 고경호, 권순영, 김수정, 나광호, 노경화, 민진영, 성희진, 신희수, 왕선정, 정문경 등 30·40대 작가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 작품 약 90점을 통해 아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지 못하는 가정을 이야기한다.

고경호의 '아들-포지셔닝' 연작은 돌 사진, 나들이 사진, 졸업 사진 등 가족 앨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로 이뤄졌다. 빠르고 거센 붓질과 지워진 인물 형상이 가족 안의 규범에서 억눌린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권순영은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과 상처를 표현한다. 크리스마스 장식, 소복하게 내린 눈이 화면을 채우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이 절단되거나 꿰뚫린 캐릭터들이 뒤섞여 있다. 참담한 상처와 따뜻한 연민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작가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말한다.

김수정의 'The war: 가장 일상적인'은 화목한 가정이라는 이상 너머에 존재하는 폭력과 억압을 조명한다. 많은 인형이 걸려 있고 바닥에는 골프채, 빗자루, 벨트, 파리채 등 '사랑의 매'로 돌변하는 생활 도구들이 놓여 있다.

일상적인 사물을 이용해 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불안을 은유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정문정의 '요새'는 헌 아동복을 이어 만든 커다란 천으로 은신처를 꾸민 작품이다. 누군가의 몸을 감싸던 옷을 매개로 연대와 돌봄, 회복의 공간을 만들었다.

전시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에 대한 폭력을 직접 고발하기보다는 예술 속에서 폭력과 소외의 경험을 드러내고 비춤으로써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전시는 3월 13일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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