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어른이 된 피터 팬, 새로운 네버랜드를 그리다

한미희 / 2021-06-09 15: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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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팬' 재해석한 영화 '웬디' 만든 벤 자이틀린 감독
▲ 벤 자이틀린 감독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촬영 현장의 벤 자이틀린 감독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웬디'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웬디'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즐겁게 어른이 된 피터 팬, 새로운 네버랜드를 그리다

'피터 팬' 재해석한 영화 '웬디' 만든 벤 자이틀린 감독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장편 영화 데뷔작인 '비스트'(2012)로 칸국제영화제 황금 카메라상(신인 감독상)과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고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했던 벤 자이틀린 감독이 9년 만에 새 영화를 들고 돌아온다.

전 세계에 알려진 피터 팬의 이야기를 웬디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웬디'다. 호기심 많고 모험심 강한 소녀 웬디가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소년 피터를 만나 나이 들지 않는 신비로운 섬에 표류하면서 겪는 모험과 성장을 담았다.

아름다운 원시의 자연, 자연과 공감하는 아이들, 교묘하게 뒤섞인 판타지와 리얼리즘이 두 작품을 모두 관통한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온라인으로 만난 자이틀린 감독은 아이들의 시선, 아이들의 세상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한 사람으로서, 예술가로서 아이들에게 깊이 공감하는 바가 많다"고 했다.

"저는 또래보다는 늘 상상의 나래를 펴고, 두려움 없이 규정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는 아이들과 더 잘 소통했어요. 아이들과의 작업을 통해 동심으로 돌아가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배우죠. 두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렸던 것을 되살리는 경험이었어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친구가 되어 영화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동심의 에너지를 살릴 수 있었죠."

각본은 감독의 여동생인 엘리자 자이틀린이 함께 썼다. 자이틀린 감독은 "우리가 어릴 적 만나고 싶었던 진짜 피터를 구현해 내는 게 이 영화의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우리 남매는 어린 시절 피터 팬을 만나고 싶었어요. 여러 버전의 피터 팬 이야기가 있지만, 어느 것도 진짜 피터 같지 않았거든요. 진짜 피터를 만나는 게 꿈이었는 데 그걸 이루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게 비극이었죠."

자이틀린 감독은 "어렸을 땐 어른이 되는 걸 두려워했지만, 실제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으로서의 삶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저는 어릴 적에 보트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경험을 상상했는데 그걸 영화로 만들면서 실제 경험했거든요. 엘리자 역시 동물들과 어울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하며 자랐고, 지금은 실제 수십 마리의 동물들과 함께 농장에서 생활하고 있고요. 어른이 된다는 건 가능성이 닫히는 게 아니라 삶이 확장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걸 예전에 알았다면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았을 거예요. 어른이 된다는 건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 열리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영화는 새로운 '네버랜드'를 컴퓨터 그래픽(CG) 없이 카리브해의 화산섬 몬트세랫의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보통 14살 안팎의 백인 남자아이였던 피터는 훨씬 어린 6살로 설정하고, 섬의 숲과 해변, 바위를 장난감 삼아 놀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도록 현지의 소수 공동체에 속한 흑인 남자아이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감독은 "실제 장소에서 실제 겪을 법한 경험들로 지구의 모습을 탐구하면서 기술을 배제하고 새로운 마법, 마술적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오지의 섬에서 어린 배우들과 촬영을 하는 것 자체가 모험일 법했다. 영화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촬영장에 가는 데만 땡볕 아래 걸어서 두시간 반이 걸리기도 했고, 전문 배우가 아닌 아이들은 같은 장면을 반복해 연기해야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힘들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이틀린 감독은 "영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설계된 모험이라고 부르고 싶다"며 "네버랜드를 찾는 과정에서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매일 무언가 잘못되기 마련이었으며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는 혼돈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30대를 걸고 만든 이 영화를 통해 나이듦에 대해 "새로운 영감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매일 어른으로서 두려움과 책임감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삶은 더 풍부해지고 흥미진진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서른두 살에 시작해 서른여덟 살까지 제 커리어를 걸고 이 영화를 만들면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끝)

(C) Yonhap News Agency.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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