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학살의 제국과 실패국가

임형두 / 2022-01-11 15: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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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이후의 슬픔·스토아적 삶의 권유




[신간] 학살의 제국과 실패국가

슬픔 이후의 슬픔·스토아적 삶의 권유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 학살의 제국과 실패국가 = 손기영 지음.

국제정치를 전공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인 저자가 동학농민전쟁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일관계를 '학살', '실패국가', '민중 저항'이라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한국인의 반일감정이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제 식민통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저자는 식민통치 이전에 일제가 저지른 조선인 학살을 근본 원인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일제가 한반도에서 벌인 학살을 동학농민전쟁(1894~1895), 정미의병전쟁(1907~1909), 식민통치기(1910~1945) 등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해 당시 실상을 차례로 들여다보며 일본의 참혹했던 국가 범죄를 재조명한다.

제1차 학살인 동학농민전쟁은 메이지유신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제국이 '학살의 제국'으로 변모하는 계기가 됐다. 저자는 1894년부터 약 50년간 일제가 한반도에서 벌인 학살의 규모가 최소 수만에서 최대 수십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저자는 조선과 대한제국을 국제정치학 용어인 '실패국가'로 규정한다. 19세기 말부터 자기 백성과 영토를 보호할 의지도 군사력도 없어 처음엔 청나라에 기댔다가 아관파천 이후엔 러시아에 기대는 등 국가가 존재만 할 뿐 사실상 통치불능 상태였다.

동학농민전쟁 등으로 외세에 대항했던 민중은 일제의 초토화 작전으로 대거 학살됐고,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되면서 저항 세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식민통치기에도 일제의 학살은 멈추지 않았고, 후유증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시기의 기억이 한국인에게 강하게 남아 지금의 반일감정으로 분출되고 있는 요체는 '정신의 학살'이다. 3·1운동 진압 학살, 간도 학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등 육신의 학살은 물론 단발령, 신사참배, 창씨개명,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 정신적 학살이 자행됐다.

저자는 한반도에서 학살을 자행했던 '학살의 제국' 일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롭게 건설된 일본국과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과거에 사로잡힌 채 반일민족주의를 표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 스스로 강해져 건강한 민족정신을 갖추자고 제안한다. 한일 양국이 피해자 혹은 가해자 프레임을 털어내고 역사의 주체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272쪽. 2만1천원.

▲ 슬픔 이후의 슬픔 = 호프 에덜먼 지음. 김재경 옮김.

사별로 인한 슬픔은 피할 수 없는 경험이자 보편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슬픔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도,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위로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데도 익숙하지 않다.

저자는 이런 응어리를 품에 안고 사는 이들에게 치유와 격려의 손을 내민다. 그러면서 애도는 결코 단시간에 없앨 수 있는 감정이 아니며, '왜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느냐'고 자신을 다그치는 태도가 오히려 상실로 인한 상처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애도 방법 중 하나가 '이야기 만들기'.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을 경험했다면 그 상실의 정보와 자신의 감정을 면밀히 돌아보고 스스로에게 익숙한 서사 구조를 따라 자기만의 '상실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이다. 나아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상실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고쳐 쓰는 행위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며 치유에 이를 수 있다고 들려준다.

다산초당. 440쪽. 1만8천원.

▲ 스토아적 삶의 권유 = 마르코스 바스케스 지음. 김유경 옮김.

우리는 대부분 자기 삶의 철학이 없다. 일시적 쾌락을 좇고 불편함은 피하면서 하루하루 보낸다. 또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되 눈앞의 이익에 이끌려 그 노예가 되고 만다. 자신을 끌어줄 마음속 나침반이 없다면,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을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기 마련이다.

스페인의 스토아주의 헬스 트레이너인 저자는 스토아철학에 입각해 무기력한 나와 결별하는 법을 일러준다. 스토아학파는 행동하는 사람들이었다. 자기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명확성과 결단력 그리고 훈련이 더해질 때 삶은 더욱 단순 명료해진다.

책은 이런 조언을 '스토아철학의 원칙들', '명확한 시각화', '말이 아닌, 결단력 있는 행동', '존버, 혹은 훈련 견디기', '삶의 무기가 되는 스토아철학' 등 5개의 장으로 이어간다.

레드스톤. 328쪽. 1만7천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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