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풀공예로 만든 코끼리 신발…미술로 묻는 공존

강종훈 / 2022-01-20 15: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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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인 PKM갤러리 개인전
▲ 홍영인 'Thi and Anjan' [PKM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홍영인 'One Gate between Two Worlds' [PKM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짚풀공예로 만든 코끼리 신발…미술로 묻는 공존

홍영인 PKM갤러리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코끼리 발 모양의 짚공예품들이 바닥에 놓였다. 바구니처럼 생긴 코끼리 신발이다. 큰 코끼리 한 마리가 앞에 서고, 새끼 코끼리가 뒤를 따르는 장면을 옮긴 듯하다. 전시장에는 아프리카 삼림이나 동물원 등 인간과 코끼리가 마주할 수 있는 장소를 연상케 하는 소리가 흐른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개막한 홍영인 개인전 '위 웨어'(We Where)'는 공동체라는 화두에 주목한다.

'티와 안잔'(Thi and Anjan)은 영국에서 활동 중인 작가가 체스터 동물원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코끼리를 관찰한 후 세상을 떠난 할머니 코끼리 '티'와 손녀 코끼리 '안잔'을 위한 신발을 만들어 코끼리들이 막 벗어 놓은 듯 연출한 작품이다. 짚으로 엮은 신발은 짚풀공예 명인 이충경, 박연화와 협업해 완성했다.

'두 세계 사이 하나의 문'(One Gate between Two Worlds)은 '감모여재도'라는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은 대형 자수 작업이다. 감모여재도는 제사 공간인 사당을 그린 그림으로, 유교 제례 의식에서 영적인 세계와 실제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도구다.

작가는 누각과 같은 도상들을 차용하면서 동물원에서는 우리에 갇힌 존재인 고릴라와 원숭이 등을 숭상받는 조상의 자리에 배치해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전시 작품들은 표면적으로는 코끼리나 고릴라 등 동물과의 공존을 말하지만 여성, 제례 의식, 민속 공예 등 공동체에서 소외되거나 사라져가는 모든 존재로 범위가 확장된다.

작가는 인간과 같은 하나의 종(種)이 다른 종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수평적인 관계에서 공생하는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홍영인은 "인간 중심의 역사, 갈 데까지 간 사회에서 예술이 무엇을 바라보고 어디서 영감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동물을 하등하다고 여기고 지배하는 상황을 통해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보게 됐다"며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도 배타주의가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26일까지인 이번 전시는 신작 8점과 2017년 제작된 사진-악보 시리즈 등을 소개한다.

홍영인은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1년 김세중조각상, 2003년 석남미술상 등을 받았다. 현재 영국 바스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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