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빚은 예술품 세계유산 제주 벵뒤굴을 가다

변지철 / 2021-10-12 17: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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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세계유산축전 동굴탐험…국내 최대 미로형 동굴
"자연 그대로 간직해 후대에 물려줘야 할 자산"
▲ 세계자연유산 벵뒤굴 탐사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021 세계유산축전이 진행 중인 12일 제주시 조천읍 벵뒤굴에서 축제관계자와 취재진으로 구성된 동굴탐사대가 세계자연유산인 벵뒤굴을 탐사하고 있다. 2021.10.12 bjc@yna.co.kr

▲ 자연의 신비 벵뒤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021 세계유산축전이 진행 중인 12일 제주시 조천읍 벵뒤굴에서 축제관계자와 취재진으로 구성된 동굴탐사대가 동굴을 탐사하고 있다. 사진은 벵뒤굴 용암교의 모습. 2021.10.12 bjc@yna.co.kr

▲ 자연의 신비 제주 벵뒤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021 세계유산축전이 진행 중인 12일 제주시 조천읍 벵뒤굴에서 축제관계자와 취재진으로 구성된 동굴탐사대가 동굴을 탐사하고 있다. 2021.10.12 bjc@yna.co.kr

▲ 1만 년 전 제주 용암의 흔적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021 세계유산축전이 진행 중인 12일 제주시 조천읍 벵뒤굴에서 축제관계자와 취재진으로 구성된 동굴탐사대가 동굴을 탐사하고 있다. 사진은 벵뒤굴의 하이라이트인 용암이 흘러간 흔적을 보여주는 용암 지질 구조의 모습. 2021.10.12 bjc@yna.co.kr

▲ 제주 벵뒤굴 속에도 생명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021 세계유산축전이 진행 중인 12일 제주시 조천읍 벵뒤굴에서 축제관계자와 취재진으로 구성된 동굴탐사대가 동굴을 탐사했다. 사진은 동굴 속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의 모습. 2021.10.12 bjc@yna.co.kr

▲ 자연의 신비 제주 벵뒤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021 세계유산축전이 진행 중인 12일 제주시 조천읍 벵뒤굴에서 축제관계자와 취재진으로 구성된 동굴탐사대가 동굴을 탐사하고 있다. 2021.10.12 bjc@yna.co.kr

'불'이 빚은 예술품 세계유산 제주 벵뒤굴을 가다

2021 세계유산축전 동굴탐험…국내 최대 미로형 동굴

"자연 그대로 간직해 후대에 물려줘야 할 자산"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세계자연유산 벵뒤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2021 세계유산축전이 진행 중인 12일 오전 제주 거문오름 인근 숲속.

'철커덩'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며 벵뒤굴 비공개 구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벙커 같은 동굴 입구가 벵뒤굴에만 20여 개에 달하지만, 이중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제2입구를 통해 탐험을 시작했다.

마치 혈관을 타고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듯 새빨간 용암이 흘렀던 지구의 몸속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벵뒤굴은 과거 1만 년 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가장 처음 만든 동굴이다.

화산폭발과 함께 대지를 뚫고 나온 용암은 지표면 경사를 따라 북동쪽 약 14㎞ 떨어진 바다로 흘러내려 가면서 수많은 용암 동굴을 만들었다.

순서대로 보면 벵뒤굴(4.5㎞), 웃산전굴(3㎞), 북오름굴(300m), 대림굴(300m), 만장굴(7.4㎞), 김녕굴(700m), 용천동굴(3.4㎞), 당처물 동굴(110m) 등이다.

동굴은 강물처럼 구불구불 흐르고, 다충 구조를 띠고 있어 굴의 전체 길이는 거문오름에서 바다까지 직선거리보다 훨씬 더 길다.

이들 용암 동굴군을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라고 부른다.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초기 형성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동굴이 바로 이곳 '벵뒤굴'이다.

벵뒤굴은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킹덤: 아신전'의 촬영지로 더 잘 알려진 동굴이다.

죽은 자를 살린다는 '생사초'와 관련한 동굴 벽화 장면이 바로 이곳 벵뒤굴에서 촬영됐다.

드라마의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벵뒤굴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아!' 외마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동굴 천정과 벽면이 마치 금가루와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있던 것.

정희준 세계자연유산 벵뒤굴 탐험 큐레이터가 동굴 입구에서부터 절대 만져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 동굴 부산물이다.

그는 "습한 동굴에서 서식하는 곰팡이 또는 박테리아들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으로 오랜 기간 사람의 손길, 발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이 황홀한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굴에는 용암이 흘렀던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용암 겉면이 식으면서 굳어져 일종의 동굴 천정과 벽면이 만들어지고, 그 안으로는 뜨거운 용암이 계속 흐르면서 동굴이 형성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지질 구조물을 남긴 것이다.

우선 '주석'이 눈에 띄었다.

만장굴에서 볼 수 있던 거대한 용암 석주와는 다른 돌기둥이었다.

만장굴의 석주가 천정에서 용암이 뚝뚝 떨어지면서 굳어진 용암 기둥이라면, 벵뒤굴의 주석은 용암이 흐르다 양쪽으로 갈리면서 만들어진 용암 기둥이다.

벵뒤굴에는 이러한 석주가 70여 개나 있다고 한다.

또 동굴 벽면에는 마치 자를 대고 선을 그은 듯한 가로선이 여러 개 있었다.

용암 유선이다.

동굴 속을 흐르는 용암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벽면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벵뒤굴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는 '시간의 흔적'이었다.

이외에도 바다 산호처럼 생긴 부산물인 동굴 산호, 종유석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이번 동굴 탐사의 하이라이트와 마주했다.

마치 사람이 입을 벌리고 긴 혓바닥을 내민 듯한 얼굴 모양의 동굴 구조물이었다.

정 큐레이터는 "눈, 코, 입과 같은 여러 개의 동굴 구멍은 용암이 한 곳으로만 흐른 게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나눠 흘렀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구조물을 '다층구조'라 한다"고 설명했다.

용암이 여러 방향으로 흐르며 형성된 벵뒤굴은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가장 구조가 복잡한 용암동굴 중 하나로 꼽힌다.

단연 국내 최대 미로형 동굴이다.

정 큐레이터는 "용암이 흐른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는 '불'이 빚은 자연의 예술품"이라고 극찬했다.

이날 벵뒤굴 탐사는 3시간가량 진행됐는데 이 과정에서 지표의 물이 지하로 흘러들어 폭포처럼 떨어지는 용암의 폭포, 동굴에서 서식하는 박쥐, 다양한 식물들을 접할 수 있었다.

벵뒤굴은 이외에도 아픈 제주의 역사도 간지하고 있었다.

70여 년 전 제주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제주 4·3 당시 토벌대를 피해 온 마을 사람들의 은신처이기도 했다는 것.

동굴 안에는 마을 사람들이 토벌대가 자신들을 찾지 못하도록 쌓아 놓은 돌무더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지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큰 가치를 품고 있는 벵뒤굴이다.

탐사를 마친 뒤 정희준 탐험 큐레이터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1만 년 가까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자연의 공간"이라며 "벵뒤굴을 비롯한 여러 동굴이 다양한 특징과 아름다움을 띠고 있어 우리나라의 첫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용암동굴을 자연 그대로 간직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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