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출신 작가 에르펜베크 "남북한, 오만함 벗고 존중해야"

양정우 / 2021-11-25 17: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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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문학상 수상…작년 수상자 로이 "문학, 코로나 트라우마 이해 도구"
▲ 2021년 이호철문학상 수상작가 예니 에르펜베크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옛 동독 출신 작가인 예니 에르펜베크는 25일 '제5회 이호철문학상' 수상소감을 전한 자리에서 "(남한과 북한) 어느 쪽도 오만함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면서 "양측 모두 동등한 자세로 만나고,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11.25 eddie@yna.co.kr (끝)

▲ 2020년 이호철문학상 수상작가 아룬다티 로이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2020년 제4회 이호철문학상을 받았던 인도 대표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아룬다티 로이(60)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뒤늦은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1.11.25 eddie@yna.co.kr (끝)

동독 출신 작가 에르펜베크 "남북한, 오만함 벗고 존중해야"

이호철문학상 수상…작년 수상자 로이 "문학, 코로나 트라우마 이해 도구"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옛 동독 출신 작가인 예니 에르펜베크는 25일 "(남한과 북한) 어느 쪽도 오만함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면서 "양측 모두 동등한 자세로 만나고,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 에르펜베크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 기자회견에서 70년간 분단을 겪어온 대한민국의 통일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작가는 동독 출신이자 통일된 독일을 경험한 세대다. 인위적인 분단 상황에 대한 숙고, 통일 독일을 맞으며 겪었던 '완전히 다른 세계로의 전환'은 그의 글쓰기가 시작된 지점이었다.

에르펜베크는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통일을 서독과 동독의 일대일 합병이 아닌, 동독이 서독으로 일방적으로 편입되는 과정으로 기억했다.

통일이 되자 하루아침에 동독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서독 사회의 규칙을 배워야 했으며, 타자로서 통일 독일 사회를 살아내야 하는 이방인이었다. 독일 통일은 동독인이 서독인이 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는 게 에르펜베크의 지적이다.

에르펜베크는 한국과 독일이 '분단'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나쁜 경험을 하게 되면, 그다음에는 나 자신이 누구이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것은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분단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무엇을 남겨둬야 할지, 무엇을 상실하게 될지를 생각하는 것, 이는 이호철 작가의 정신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에르펜베크는 대학에서 연극과 오페라를 공부했다. 많은 오페라 작품을 연출했으며 작가로서 동독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아왔다. 대표작으로는 1999년 낸 '늙은 아이 이야기'를 비롯해 20세기의 고단한 역사를 지나온 여성 서사를 담은 '모든 저녁이 저물 때' 등이 있다.

이날 회견에는 2020년 제4회 이호철문학상을 받은 인도 대표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아룬다티 로이(60)도 함께 했다.

작년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며 한국을 찾지 못했던 그는 뒤늦게 수상소감을 전한 자리에서 팬데믹 사태가 낳은 트라우마를 이해하는 도구로 문학의 역할을 제시했다.

로이는 "문학이 꼭 위로를 전할 필요는 없다. 단순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작가로서 보면 문학은 (오히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편안함을 흔들어놓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예방 백신은 물론 치료제까지 나오면서 질병으로서 코로나에 대한 이해는 많이 커졌으나, 코로나가 낳은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 트라우마는 코로나로 인한 관계의 단절과 고립, 팬데믹 차단을 빌미로 벌어지는 인권 침해 등을 말한다.

로이는 "문학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트라우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며 코로나 시대 문학의 역할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심상치 않은 조국 인도를 향해 거센 비판도 내놨다.

코로나 사태 초기 팬데믹 가능성을 무시했던 인도 정부는 불과 '록다운(봉쇄조치)' 4시간 전에야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거리에 있던 국민에게 마구잡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고발했다.

또 정부발 농업 민영화로 촉발된 대규모 농민시위를 경찰이 무력 탄압하며 약 700명 여명의 농민이 숨졌다며 민주주의가 악화한 현지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2017년 낸 소설 '지복의 성자'에서 인도 사회의 종교갈등, 역사적 분열, 빈부 격차와 카스트 제도 등을 다뤄 호평을 받았다.

이호철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로이가 1997년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을 낸 이후 20년의 공백을 가졌음에도 현대 세계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며 2020년 수상자로 결정한 바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서 50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하며 분단문제에 천착했던 고(故) 이호철(1932∼2016) 작가의 문학 활동과 통일 염원 정신을 기리고자 2017년 은평구에서 제정한 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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