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의심은 언제나 반비례하는가…영화 '헤어질 결심'

김계연 / 2022-06-21 18: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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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격정보다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
▲ '헤어질 결심'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헤어질 결심'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헤어질 결심'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박찬욱 감독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2.6.21 mjkang@yna.co.kr

▲ 아름다운 탕웨이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우 탕웨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2.6.21 mjkang@yna.co.kr

사랑과 의심은 언제나 반비례하는가…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격정보다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김정진 기자 = 강력팀장 해준(박해일 분)은 가죽점퍼에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한국 영화의 전형적 형사 캐릭터와 한참 다르다. 늘 말쑥한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다. 용의자를 쫓아 가파른 계단을 뛰어오를 때도 마찬가지.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설렁탕이나 짜장면 아닌 초밥을 사준다. 그는 "품위는 자부심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21일 시사회로 국내 언론에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은 영화의 품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형사로서 해준의 품격은 완력과 체력 아닌, 상대의 말버릇과 손등의 상처 따위에서 범죄 냄새를 맡는 직관에서 비롯한다.

해준은 남편을 잃은 서래(탕웨이)를 처음 면담하는 순간 그가 범인임을 직감한다. 한국어가 서툰 서래는 남편의 죽음을 언급하며 '마침내'라는 단어를 썼다.

그러나 엘리트 형사로서 해준의 품격은 서래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다. 신문과 탐문·잠복은 상대의 과거와 인간관계·성격·취향·버릇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해준은 자신의 수사가 사건 해결 대신, 서래에 대한 인간적 관심에 쏠려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스스로에게 좌절한다. 다른 피의자였다면 고급 초밥 대신 후배 형사에게 하듯 도시락을 사줬을지도 모른다.

해준은 서래와 첫 면담에서 휴대전화를 두고 "패턴을 알고 싶은데요"라고 말한다. 서래는 해준이 맡은 다른 사건에 대해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하면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라고 묻는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사들은 "100% 수사 영화이자 100% 로맨스 영화"라는 박 감독의 말대로 사랑과 의심 양쪽에 걸쳐 있다.

형사와 피의자가 서로 사랑하게 됐을 때, 사랑과 의심은 반비례할 수밖에 없다. 서래의 알리바이가 확인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한다. 두 사람뿐 아니라 관객 역시 사랑과 의심 가운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러나 '헤어질 결심'의 핵심은 이런 도식적 관점을 무너뜨린다는 데 있다. 또 다른 사건이 펼쳐지는 후반부에서 사랑과 의심의 관계는 정반대로 바뀐다. 반비례하는 대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증식한다.

해준은 물론 관객도 마지막까지 서래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을 뿐 아니라 점점 더 강력한 심증을 갖게 된다. 영화는 서래를 향한 해준의 사랑, 두 사람을 지켜보는 관객의 감정도 갈수록 같은 강도로 고조되도록 설계됐다. 파도가 몰아치는 해변을 배경으로 한 엔딩 시퀀스는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뿐 아니라 박찬욱표 미장센의 절정을 보여준다.

박 감독은 알려진 대로 전작들의 파격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묘사를 걷어내고, 그 자리를 파도와 안개·붕괴 같은 열쇳말로 채웠다. 박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격정이랄까. 강렬하고 휘몰아치는 감정보다는,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를 하려면 자극적 요소는 다이얼을 좀 낮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두 사람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기감정을 전달할까, 또는 참기 힘든 감정을 어떻게 들키지 않고 감출까 고민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서래의 서툰 한국어는 주된 유머코드 역할과 동시에 박 감독의 이런 의도를 충실히 전달하는 장치가 됐다.

탕웨이는 "감정을 더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식으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대사를 외워서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소리 없는 감정 표현이 더 잘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칸영화제는 지난달 박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며 그의 달라진 스타일을 호평했다. 미국 HBO 드라마 '동조자'를 준비 중인 박 감독은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모르지만 폭력이나 섹스, 노출이 강한 작품도 여러 개 준비해놨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29일 개봉. 138분. 15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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