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원 감독이 선배 영화인에게 바치는 헌사 '오마주'

김계연 / 2022-05-12 19: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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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주'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오마주'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오마주'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신수원 감독(왼쪽)과 이정은 배우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수원 감독이 선배 영화인에게 바치는 헌사 '오마주'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1962년 11월 3일 영화 '여판사'가 개봉했다. 홍은원(1922∼1999)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탄탄한 짜임새와 세심한 여성심리 묘사가 돋보인다"는 호평을 받았다.

홍 감독은 1946년 스크립터로 영화를 시작해 1959년에는 최초의 여성 시나리오 작가가 됐다. 감독으로는 박남옥에 이어 두 번째 여성 감독으로 영화사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홍 감독은 1965년까지 세 편의 영화만을 남겼다.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찍으면 검열을 걱정해야 하는 때였다.

신수원 감독은 홍 감독이 투자만 제대로 받았더라면 김기영이나 이만희 못지 않은 거장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오마주'는 홍 감독을 비롯한 선배 영화인들에게 신수원 감독이 바치는 헌사다.

영화 속 지완(이정은 분)도 세 번째 영화를 막 완성했다. 그러나 상영관을 찾은 관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어벤져스'는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에 달려가서 보는 아들도 영화가 재미없다고 타박한다. 남편(권해효)은 늘 밥 타령이다.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을까. 영화감독으로서도, 인생의 중반을 지나는 여성이자 엄마·아내로서 삶도 위기다. 지완은 아르바이트 삼아 소리와 일부 영상이 소실된 영화 '여판사' 더빙 일을 한다. 사라진 필름을 찾으려고 감독의 딸과 스태프·배우들을 수소문한다.

영화는 그렇게 현실과 1960년대 충무로를 오간다. 혹시나 해서 찾아간 소도시의 낡은 극장에서는 두 시대가 겹친다. 폐업을 앞두고 이제 전기마저 끊겼지만, 옛날 극장 특유의 분위기와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는 영화팬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래서 '오마주'는 영화인과 시네필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지완은 신 감독의 자전적 정서가 반영된 인물로 보인다. 신 감독은 장편 데뷔작 '레인보우'(2010)에서 감독지망생 지완(박현영)을 통해 영화인생의 출발점을 돌아봤었다.

신 감독은 12일 시사회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언젠가 '레인보우 2' 같은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영화 속에서 지완은 시나리오를 힘들게 썼지만 ('오마주'는) 2주 만에 스토리를 정리했다"고 전했다.

그는 "남성들이 중심이었던 곳에서 버티며 살았던 용감한 여성 감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석처럼 빛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내 주변에 있는 그림자 같았던, 나에게 소중했던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연극배우 출신 이정은은 첫 단독 주연을 맡았다. 신 감독은 "'기생충'과 '미성년'을 보면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살아 있는 캐릭터 그대로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며 "왜 이렇게 뒤늦게 주연을 하게 됐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많은 표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26일 개봉. 108분. 12세 관람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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