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품는 희망…영화 '언포기버블'

한미희 / 2021-11-24 2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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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언포기버블'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화 '언포기버블'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어둠 속에 품는 희망…영화 '언포기버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루스 슬레이터(샌드라 불럭)는 경관을 살해한 혐의로 20년을 복역한 후 가석방된다. 사회에 발을 들인 루스를 사회는 쉽사리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임시 보호소는 감옥보다 낫다고 할 수 없는 환경이고, 목수 자격증을 가지고 일하기로 한 곳에서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내쳐진다.

보호 담당관의 도움으로 들어간 생선 가공 공장에서 다정하게 다가와 처음으로 미소 짓게 만든 블레이크(존 번탈)에게 과거를 털어놓지만 블레이크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굳어버리고, 다른 공장 사람들에게까지 알려지며 집단 린치를 당한다.

일손이 부족한 노숙자 지원센터 공사 현장에서 직접 실력을 보여준 뒤 일을 얻고 혼자 일하며 현장 한구석을 쉴 자리로 마련하지만, 피해자 경관의 두 아들이 임시 보호소로, 공장으로, 공사 현장으로 루스를 따라다닌다.

고통스럽게 떠오르는 과거의 장면은 집을 둘러싸고 다가오는 남자들로부터 어린 동생을 지키려 악을 쓰는 루스의 모습이다. 동생과 살던 집을 찾은 루스는 집을 멋있게 고쳐가며 사는 중산층 가족을 만난다.

루스를 집안으로 들여준 변호사 존(빈센트 도노프리오)은 루스의 사정에 동정심을 품고 긴 고민과 갈등 끝에 도우려 하지만, 아내 리즈(비올라 데이비스)는 경계한다.

루스의 동생 케이티(애슐린 프란초지) 역시 트라우마로 남은 어릴 적 기억에 잠을 자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지만, 양부모는 케이티를 걱정하는 마음에 루스가 20년 동안 쓴 수천 통의 편지와 루스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

존의 도움으로 케이티의 양부모를 만난 루스는 자신의 편지조차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영화는 부모 없이 어린 동생을 키우느라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다가 오랜 복역 끝에 세상에 나온 루스의 비극적인 삶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중산층에 속해 있지만 흑인인 리즈는 자신의 자녀가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백인인 루스처럼 가석방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안다. 루스가 자신들의 삶을 망쳤다며 복수를 노리는 경관의 두 아들은 블루칼라 노동자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

안정된 삶을 살던 케이티의 양부모도 무엇이 케이티를 위한 길인지 알 수 없어 혼란과 갈등에 빠진다.

샌드라 불럭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부서질 것같이 메마른 얼굴 안에 미세한 변화를 만들며 긴장과 동정심, 분노와 연민, 안타까움을 이끌어낸다. 더 큰 비극으로만 내몰리는 것 같던 루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안겨주는 사람들이 있어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벼랑 끝인 것 같던 절망적인 순간이 의외로 한순간에 해결되는 결말은 액션이나 스릴러 등 다른 장르였다면 허망함을 안겼겠지만, 여러 가족이 겪어야 했던 불행과 깊은 슬픔에 공감했던 관객에게는 오히려 안도감을 안겨줄 법하다.

영국 드라마 '언포기븐'이 원작이다. '도주하는 아이'로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노라 핑샤이트 감독이 영화로 연출했고, 주연 샌드라 불럭은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24일 극장에서 개봉한 뒤 12월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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